
머스크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 1월 출범한 직후 신설된 정부효율부의 수장으로 백악관에 입성한 뒤 ‘2조 달러(약 2754조원) 예산 절감’이란 구호를 내걸고 연방정부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감축안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그는 내각의 주요 장관들과 갈등, 법적 제동, 실적 부진 등으로 인해 4개월 만에 동력을 잃었고 지난달부터는 “정부효율부 업무는 주 1~2일만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카타르 경제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는 “정치에 돈을 더는 쓰지 않겠다”며 사실상 손을 떼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더애틀랜틱에 따르면 머스크는 백악관에서 각 부처를 순회하며 관료들에게 이메일 주간 보고를 요구하고 책상 위에 간식 쓰레기를 남기는 등 일련의 과격한 방식으로 업무 효율화에 나섰으나 정부 각료들은 그를 무모하고 과격하게 밀어붙이는 인물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깡통 체인톱맨’ 취급하며 반발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의 고성 충돌,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션 더피 교통부 장관과의 회의 내 설전은 정부 내부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머스크가 임의로 지명한 국세청(IRS) 국장이 3일 만에 경질되면서 정부효율부의 권한이 사실상 축소됐다.
정부효율부의 실질적 성과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머스크 측은 1700억 달러(약 233조8500억원)의 절감 실적을 주장했으나 계약·보조금 복구 등으로 수차례 조정됐으며 연방 인력 감축도 법원 판결로 대부분 중단됐다. 머스크가 “사회보장제도는 역사상 최대의 폰지사기”라고 밝히며 백악관에 정치적 부담을 안긴 사례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그가 연방 항공청(FAA) 구조조정으로 항공관제 시스템에 혼란을 초래하고 루비오 장관 산하 국제개발처(USAID)를 폐지시켜 “세계 최빈국의 아이들을 죽인 부자”라는 비판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로부터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효율부의 일부 인력은 에너지부·내무부 등 주요 부처의 고위직으로 흡수되며 잔존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다. 백악관은 “정부효율부는 조직이 아니라 사상이며 지금도 개별 부처에서 정부 효율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도 이달 초 기자들과 만나 “정부효율부는 불교 같은 존재”라며 “부처가 꼭 필요하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더애틀랜틱은 머스크의 정부효율부 활동이 공직자 채용 지연, 데이터 해석 오류, 외국인 고용 불가 규정과의 충돌 등으로 ‘민간 기업식 경영’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앱 개발사 앱피안의 매트 칼킨스 CEO는 “우버 호출은 즐길 수 있지만 정부는 생존에 필요한 기반”이라며 “워싱턴에 필요한 건 체인톱이 아니라 끌”이라고 평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