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비시민권자와 불법체류 이민자에 대한 복지 혜택을 대폭 줄이기 위한 조치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며 28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복지 혜택이 불법 이민자에게 낭비되고 있다”며 이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미 농무부는 각 주 정부에 식품지원 프로그램인 ‘푸드스탬프(SNAP)’의 수급 자격 확인을 더욱 엄격히 하도록 지시했고 연방의회 하원은 지난주 이민자 복지 수급 제한이 포함된 세제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미국 시민권을 가진 아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보스턴대 사회복지대학원 연구팀은 지난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내 아동 12%인 약 900만명이 최소 한 명의 비시민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정은 원주민 가정보다 빈곤율이 두 배가량 높다.
셸비 곤살레스 예산정책우선센터(CBPP) 이민정책 담당 부대표는 “이민자에 대한 강경한 조치라는 이름으로 결국 시민권자 자녀와 정당한 체류 자격을 지닌 이민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세제 개편안에는 부모가 사회보장번호(SSN)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자녀가 SSN을 갖고 있어도 최대 2500달러(약 345만원)의 자녀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미 의회 공동조세위원회(JCT)는 이 조치로 인해 약 200만명의 시민권자 아동이 혜택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이 법안은 영주권자가 아닌 합법 체류자에 대해서도 메디케어 및 오바마케어 등 연방 보조 건강보험 가입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난민, 망명 허가자, 임시보호신분(TPS) 보유자, 추방유예(DACA) 대상자 등이 보건 혜택을 상실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 재정 차원에서도 변화가 예고된다. 자신들의 예산으로 저소득 불법체류 이민자 자녀를 지원해온 14개 주는 기존보다 10%포인트 낮은 메디케이드 연방 지원금을 받게 되며 이에 따라 이들 주는 시민권자 아동의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미 주택도시개발부는 국토안보부와 협력해 연방 보조주택에서 불법 이민자가 혜택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1기 행정부에서도 이와 유사한 규정을 추진했으나 당시 자체 조사 결과 약 10만8000명이 한 명 이상의 불법체류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고 이 가운데 약 5만5000명은 합법적인 체류 신분의 아동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전국이민법센터(NILC)의 탄야 브로더 선임변호사는 “이민 가정의 자녀들은 대부분 미국 시민인데도 가족 분리나 주거 불안정이라는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외에도 실업급여, 소셜시큐리티, 학자금 지원 등의 혜택을 불법체류자가 수급할 경우 연방 자금 회수를 경고하고 있으며, 일부 민주당 주 정부의 이민자 지원 정책에 대해 조사와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민 가정 구성원들의 복지 프로그램 참여를 꺼리게 만드는 ‘위축 효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민정책연구소(MPI)의 발레리 라카르트 정책분석관은 “정부에 정보를 공유할 경우 가족이 추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청을 포기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