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 인상 조치가 자동차, 가전제품 등 고가 소비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AP통신이 1일 (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피츠버그 외곽에서 열린 철강노동자 대상 유세 현장에서 이같은 관세 인상 방침을 직접 발표하면서 “미국 철강산업을 더욱 강하게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시에 내세우고 있는 식품물가 안정 공약과 상충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위치타주립대의 우샤 헤일리 교수는 AP와 인터뷰에서 “이번 관세는 제조업 전반에 걸쳐 비용 상승을 유발하고 동맹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미국 제조업의 장기적인 부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식료품 가격 상승은 이같은 연쇄 효과의 일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슈퍼마켓에는 알루미늄 캔으로 포장된 식품들이 즐비한데 맥주, 청량음료, 반려동물 사료, 통조림 식품 등 거의 대부분이 철강과 알루미늄 포장을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통조림 식품 업계는 관세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통조림 포장업계를 대표하는 캔제조업체협회의 로버트 버드웨이 회장은 “철강 관세를 2배로 올리는 것은 통조림 식품의 원가를 끌어올리고, 결국 수백만 미국 가정의 식탁에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버드웨이 회장은 또 “미국 내에서 통조림용 철강을 전량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국산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입 철강에 지나치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식품 대기업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캠벨 수프’로 유명한 캠벨사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지만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레디휩’과 ‘팸’을 제조하는 코나그라브랜즈도 철강과 알루미늄 수급 문제로 인한 비용 상승을 인정했다. 코나그라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데이비드 마버거는 최근 열린 골드만삭스 글로벌 소비재 컨퍼런스에서 “미국 내에서 전량 조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세 인상이 기업에 실질적인 압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식료품뿐 아니라 물류·유통 전반에까지 비용 전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콜비대 경제학과의 안드레아스 발트키르히 교수는 “철강업계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소수는 혜택을 보겠지만 광범위한 간접적 피해로 인해 다른 산업에서는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경제에 순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미국 아메리칸대 바박 하페지 교수도 “농업 기계인 존디어 트랙터 가격이 25% 오르면 소비자는 그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영향은 즉시 나타나고 일부는 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나겠지만 전반적으로 가격은 오르고 선택지는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철강 관세 인상이 단순한 무역 정책을 넘어 일상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