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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럽은 유럽 방위 집중하라”…샹그릴라 대화서 美-유럽 간 균열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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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럽은 유럽 방위 집중하라”…샹그릴라 대화서 美-유럽 간 균열 노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왼쪽 네 번째)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 안보회의 중 장관급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왼쪽 네 번째)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 안보회의 중 장관급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아시아 안보회의인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과 유럽 간 안보전략을 둘러싼 이견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2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서 “군사 예산 증액은 유럽 방위에 집중하라”고 유럽 국가들에게 공개적으로 촉구하며 아시아보다는 유럽 자체 방위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유럽의 투자 대부분은 자국 대륙에 집중되길 바란다”며 “그렇게 해야 미국이 인도태평양 국가로서 아시아에서 비교우위를 살려 동맹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둘러싼 무대였지만 중국이 고위급 대표단 없이 군사 학자 중심의 소규모 대표단만을 파견하면서 미국-유럽 간 균열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됐다.
유럽 측은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선을 긋는 분위기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유럽 안보와 태평양 안보는 매우 밀접히 연결돼 있다”며 “중국을 걱정한다면 러시아도 똑같이 걱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고, 러시아는 북한 병력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유럽-아시아 안보 연계성을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도 미국도 아니며, 양국 중 어느 쪽에도 종속되길 원하지 않는다”며 “성장을 위한 협력과 안정적인 세계 질서를 위해 유럽-아시아 제3의 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뉴칼레도니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 8000명 이상의 병력을 주둔시키며 이 지역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 역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17년 보리스 존슨 당시 외무장관이 추진했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전략의 일환으로 영국 항공모함이 이번달 싱가포르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하는 54년 된 '5개국 방위협정'에 따른 활동이기도 하다.

로이터는 싱가포르 내 브루나이 정글 훈련캠프와 구르카 부대(1200명), 프랑스에 파견된 싱가포르 경공격기 부대(200명) 등 아시아 내 영국-프랑스 방위 인프라가 단기간 내 쉽게 축소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핀란드 안티 하카넨 국방부 장관은 “지금 유럽은 국방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고,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지했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인도태평양보다 유럽 안보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런던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지난달 펴낸 보고서를 통해 “에어버스, 다멘, 탈레스, 나발그룹 등 유럽 방산업체들은 오랜 기간 동남아시아에서 입지를 다졌고 최근에는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스웨덴 사브 등도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사브는 태국에 그리펜 전투기를 수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이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F-16을 제치고 성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국방비 지출은 지난 10년간 46% 증가해 2024년 기준 6290억 달러(약 871조2600억원)에 이르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