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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쉬인, 인도산 의류로 글로벌 공략 시동…공급망 다변화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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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쉬인, 인도산 의류로 글로벌 공략 시동…공급망 다변화 본격화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각) 영국 리버풀에서 전국 순회 판촉 행사 중인 쉬인 브랜드의 크리스마스 버스 내부에 진열된 의류와 함께 보이는 회사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각) 영국 리버풀에서 전국 순회 판촉 행사 중인 쉬인 브랜드의 크리스마스 버스 내부에 진열된 의류와 함께 보이는 회사 로고. 사진=로이터
중국계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이 인도 유통 대기업 릴라이언스 리테일과 손잡고 인도산 쉬인 브랜드 의류의 글로벌 수출에 나선다.

이는 단순한 생산기지 확대가 아니라 미·중 무역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구조적 변화의 중심에서 이뤄지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쉬인과 릴라이언스가 향후 6~12개월 안에 인도에서 생산된 쉬인 브랜드 의류를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 판매할 계획”이라며 “현재 약 150개 수준인 인도 내 의류 공급업체 수를 연내 1000개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에서 설립돼 현재 본사를 싱가포르에 두고 있는 쉬인은 주로 5달러(약 6900원) 드레스, 10달러(약 1만4000원) 청바지 등 초저가 의류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으며 7000곳 이상의 중국 공급업체에서 상품을 조달해 약 150개국에 직배송하고 있다. 미국이 최대 시장이며 최근 미 정부가 20달러(약 2만8000원) 이하 중국산 직구 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공급망 다변화 압력이 커진 상황이다.
쉬인은 2018년 인도에 진출했지만 2020년 중국과 인도의 국경 갈등 이후 인도 정부가 중국계 앱에 대한 금지 조치를 내리며 퇴출됐다. 이후 올해 2월 릴라이언스와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인도 현지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쉬인인디아’ 웹사이트를 출범시켰다.

이번 협업은 단순한 재진출을 넘어 인도를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생산기지로 전환하려는 전략적 전환으로 해석된다. 릴라이언스는 현재 인도 내 150개 의류 제조업체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추가로 400개 업체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같은 계획은 쉬인이 중국 외 생산기지 확보를 통해 정치 리스크를 회피하고, 고관세 구조를 우회하며 ‘중국산’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으로도 읽힌다.

릴라이언스는 쉬인의 대표적 생산 전략인 주문형 소량 생산 방식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디자인당 100개만 먼저 생산한 뒤, 반응이 좋은 제품만 대량 생산하는 구조다. 릴라이언스 측 관계자들은 “쉬인의 글로벌 베스트셀러를 인도에서 재현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며 필요한 경우 원단과 설비는 수입해 생산 기반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쉬인은 로이터에 보낸 입장문에서 “인도 시장에서 브랜드 사용권을 릴라이언스에 부여했으며, 릴라이언스가 제조, 공급망, 판매, 운영을 전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쉬인의 인도 법인 마케팅 책임자인 마니시 아지즈 릴라이언스 리테일 부사장은 최근 링크드인 게시물에서 “중국에서 쉬인의 공급망, 디자인 개발,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직접 확인하고 돌아왔다”며 “쉬인의 규모와 속도는 정말 놀라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인도 정부 역시 이번 협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의회 발언에서 “쉬인과 릴라이언스의 파트너십은 인도 내 쉬인 브랜드 의류 생산업체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쉬인 인디아 앱은 현재까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총 270만 회 다운로드됐으며 최근 4개월간 월평균 다운로드 증가율은 120%에 달한다. 현재 쉬인 인디아에는 약 1만2000개 디자인이 등록돼 있으며 이는 미국 사이트에 등록된 약 60만개 제품과 비교하면 아직 초기 단계다. 가장 저렴한 여성 드레스는 349루피(약 4달러·약 5500원)로 미국 사이트에서 최저가는 3.39달러(약 4700원)다.

쉬인의 연매출은 약 300억달러(약 41조3400억원)로 추정되며 이는 자라, H&M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대부분의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되며 일부만 튀르키예와 브라질 등지에서 제조돼 왔다. 그러나 미·중 무역 분쟁과 정치 리스크가 심화되면서 쉬인은 공급처 다변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쉬인의 이같은 전략은 단순히 생산비 절감 차원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정치·통상 리스크를 회피하며 이미지 재정립을 꾀하는 다층적 대응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