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외교부 "KF-21 협상 계속" 원론적 태도...분담금 6000억 원으로 깎아줘도 '딴짓'
튀르키예와 5세대 전투기 '카안' 도입 MOU...기술이전·현지생산 조건에 '흔들'
튀르키예와 5세대 전투기 '카안' 도입 MOU...기술이전·현지생산 조건에 '흔들'

인도네시아의 일간 온라인 영어 신문 자카르타 글로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외교부의 롤리안샤 로이 수미라트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각) 자카르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KF-21 사업 계약을 계속 논의한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의 정권 교체와 맞물려 양국 관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공식 발표다. 이달 초 한국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탄핵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수미라트 대변인은 "서로 돕는 협력은 양쪽 모두에 이익이 돼야 한다"고 전제하며, "한쪽이 더는 이익을 느끼지 못하거나 기존 협력 방향을 바꾸고 싶다면 함께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국 정부가 협력 관계가 가져올 이점을 따져볼 뜻이 있는지 기다려보고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여 협상이 계속될 것임을 내비쳤다.
◇ 1조 원 체납에 기술 유출 의혹까지… 삐걱대는 KF-21 협력
2015년 시작한 KF-21 사업에서 인도네시아는 사업비의 20%인 1조6000억 원을 분담하고 시제기 1대와 기술을 이전받아 전투기 48대를 현지에서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약 2743억 원만 내 1조 원 가까운 돈을 체납하고 있다. 계속된 분담금 연체 때문에 사업은 어려움을 겪자, 한국 정부는 인도네시아의 분담금을 6000억 원으로 대폭 깎아주는 데 동의했다. 이에 따라 기술 이전 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재정 압박뿐 아니라 기술 유출 의혹도 사업의 걸림돌이 됐다. 2023년, 국영 항공기 제작사 디르간타라 인도네시아 소속으로 KAI에 파견됐던 기술진이 KF-21 관련 기밀 자료를 무단으로 빼돌리려다 적발돼 양국 협력에 긴장감이 높아졌다. 이들은 이후 무혐의 처분과 기소유예 결정을 받고 모두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 '5세대 전투기' 앞세운 튀르키예의 등장…'복수 노선' 택한 인도네시아
이런 와중에 튀르키예와의 새로운 계약 소식은 KF-21 사업의 앞날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11일, 인도네시아가 튀르키예 최초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카안(KAAN) 48대를 사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계약은 약 100억 달러(13조 원)에 이르며, 튀르키예 방산 역사상 가장 큰 수출 계약이다. 또한 단순 구매를 넘어 기술 이전, 현지 부품 생산, 인력 양성 같은 인도네시아 방위산업 역량을 높이는 방안도 들어갔다.
이 발표에 프레가 페르디난드 웨나스 잉키리왕 인도네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즉각 해명하고 나섰다. 그는 12일 "우리가 튀르키예와 서명한 것은 구매 계약이 아니다"라며 양쪽이 맺은 문서는 최종 계약이 아닌 양해각서(MOU)라고 선을 그었다. 그의 발언은 인도네시아가 구매할 전투기 수량이 확정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인도네시아의 이런 행보는 기술 자립과 방산 산업 육성, 외교적 지렛대 확보까지 노린 전략적인 선택으로 풀이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