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업, 미국 자산 다각화 가속화로 현지 통화 평가절상 견인
대만·일본·한국 통화, 올해 8-11% 상승세…구조적 변화 신호
대만·일본·한국 통화, 올해 8-11% 상승세…구조적 변화 신호

미국 채권과 증권을 대량 보유한 아시아 투자자들은 달러 강세기에는 헤지 필요성이 낮았지만, 최근 달러 하락을 막기 위해 헤지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달러를 현지 통화로 매도하면서 자국 통화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OCBC 외환전략가 크리스토퍼 웡은 "5월 초 대만달러의 급등은 달러 보유자들이 익스포저 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여준다"며 "미국 중심 리스크로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한 아시아 통화는 계속 절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동아시아 통화들은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 일본, 한국 통화는 올해 8%에서 11% 사이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에 따르면 대만의 미국 주식과 채권 보유량은 GDP의 90% 이상에 달한다. 일본이 약 60%, 호주와 한국이 30%를 넘는 수준이다.
모건스탠리 전략가 게크 텡 쿠는 "미국 달러 자산으로부터의 다각화가 향후 몇 달간 대부분의 아시아 통화 시장을 주도할 핵심 테마"라며 "일본 엔화를 제외한 아시아 통화가 향후 12개월간 최대 3%까지 추가 절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화 헤지 비용은 각국 간 단기 금리 차이에 영향을 받는다. 미국 연방기금 금리가 4.25~4.50%인 반면, 한국 2.5%, 대만 2%, 일본 0.5%로 격차가 커 헤징 비용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웰스파고 아시아태평양 매크로전략 책임자 치두 나라야난은 "대만 생명보험사들이 의무 범위 내에서 헤징 비율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며 "이는 특히 동북아 외환거래에서 앞으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일본은 3월 현재 1조1000억 달러 규모로 미국 국채 최대 해외 보유국이다. 일본 대형 보험사들의 통화 헤지 비율은 약 30%로 "역사적 저점"이라고 다이와증권은 분석했다.
BofA증권 전략가들은 엔화가 달러당 140엔으로 절상되면 수출업체들이 엔화 익스포저를 헤지하고 생명보험사들이 미국 자산을 매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엔화는 현재 145엔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아시아 신흥시장의 역내 외화 예금도 지난 3년간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태국의 외화 예치금은 3년간 두 배로 늘었고, 말레이시아(34%)와 필리핀(31%)이 뒤를 이었다.
모건스탠리는 대부분의 아시아 신흥시장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보다는 "일본 같은 다른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 달러 투자를 재할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벗어난 구조적 다각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지만, 변화 속도는 점진적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