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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민 75% "자체 핵무기 보유" 지지...우크라이나 사례가 부른 핵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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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민 75% "자체 핵무기 보유" 지지...우크라이나 사례가 부른 핵확산

우크라이나 핵포기 후 러시아에 침공 vs 북한 핵보유 면책 효과...나토 동맹국들도 독자 개발 고려
2025년 6월 16일에 촬영된 이 사진에 이란 국기, 원자 기호, 핵 프로그램이라는 단어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6월 16일에 촬영된 이 사진에 이란 국기, 원자 기호, "핵 프로그램"이라는 단어가 보인다. 사진=로이터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례가 전 세계 핵확산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20(현지시간) "변화하는 세계 질서와 핵무기 클럽 확대 위험"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크라이나가 1994년 핵무기를 포기한 후 러시아 침공에 취약해진 반면, 북한은 핵무기 보유로 국제적 면책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 우크라이나 핵포기의 뼈아픈 교훈

1991년 소련 붕괴 후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당시 세계 3위 규모인 약 1800개의 전략 핵탄두와 전략 폭격기, 대륙간 미사일을 보유했다. 그러나 경제 붕괴와 미국의 압력에 직면해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따라 이를 러시아에 넘겼다. 그 대가로 미국·러시아·영국은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기존 국경 존중이라는 '안보 보장'을 약속했다.
스티븐 파이퍼 전 키이우 주재 미국 대사는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유지하려 했다면 북한처럼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과 아무런 관계도 맺지 못했을 것이고, 러시아와 위기에 처했을 때 서방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23년 아일랜드 TV 인터뷰에서 키이우가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강요한 것에 대해 "끔찍한 일"이라고 평가하며, 그렇지 않았다면 러시아가 침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핵무기 기술은 약 8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어느 선진국이든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 현재 핵 클럽은 1968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인정한 5대 핵 강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과 NPT에 속하지 않는 4개국인 인도, 파키스탄, 북한, 그리고 공식 인정하지 않지만, 최소 9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이 있다.

◇ 핵무기 보유국의 전략 우위

반면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통해 완전히 다른 결과를 얻었다. 평양은 고립에서 벗어나 러시아와 공식 군사동맹에 가입해 유럽 영토에 병력을 파병하고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상대로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테헤란의 신정권과 달리 북한의 전체주의 정권은 핵무기를 계속 보유해 왔고 군사력으로 위협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이러한 행위를 처벌받지 않고 수행할 수 있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분석했다.

도빌레 샤칼리에네 리투아니아 국방장관은 "다른 나라들에 보내는 메시지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버리지 말고, 무기를 생산할 능력이 있다면 생산하라'는 것"이라며 "핵무기를 가진 나라들은 어떻게든 맹렬한 공격을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에게 샤를 드골 대통령이 1960년대 미국의 약속에 의존하는 대신 완전히 독립적인 핵 능력을 개발하기로 한 결정은 오늘날 역사적 천재성의 결정으로 보인다. 당시 드골은 케네디에게 "파리를 보호하기 위해 뉴욕을 파괴하는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은 "우리는 항상 우리의 안보를 다른 나라에 맡길 수 없다고 믿어 왔다"고 말했다.

◇ 미국 동맹국들의 핵개발 고려 확산

과거 리비아·시리아·이라크 같은 불량 국가들이 핵무기를 확보하려 했던 반면, 현재는 한국·일본·폴란드·독일·터키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더 이상 워싱턴의 보호에 의존할 수 없다고 우려하며 이러한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함으로써 이러한 실존적 공포를 더욱 부추겼다고 보도됐다.

얀 리파프스키 체코 외무장관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80년간 우리가 알고 있던 국제 질서가 무너졌다""블라디미르 푸틴이 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기 때문에 그 책임은 그에게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여론조사 결과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현재 한국인 대다수는 미국의 안보 약속이 불충분하다고 보고 있으며, 4분의 3은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릭 발바흐 베를린 독일국제안보연구소 한반도 전문가는 핵무기 지지가 "주류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말하며, 핵 옵션에 대한 지지가 전통적 보수층뿐 아니라 새로 선출된 이재명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좌파 세력으로까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한국민들은 북한의 미사일 사거리 확대로 미국 본토 위협이 가능해져 향후 미국의 한국 방어 군사행동을 저지할 수 있다고 점점 더 믿게 되었다.

로버트 E. 켈리 부산대학교 교수는 "트럼프가 동맹국들을 위해 핵 위험을 감수할 리가 없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라며 "한국이 뜬금없이 핵무기를 발사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이 나라들은 민주주의 국가이므로 핵무기를 만든다고 해도 괜찮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경우 우라늄 농축을 바탕으로 하는 민간 핵에너지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나, 이 프로그램은 직접 지출과 제재의 영향을 합쳐 약 1조 달러(13735000억 원)의 비용을 초래했다. 카림 사드자드푸르 카네기 기금 선임 연구원은 "핵 프로그램은 전략 자산이기는커녕 정권에 막대한 전략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 핵확산금지조약 체제 위기

커트 볼커 전 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이제 많은 국가들이 핵무기가 주권의 열쇠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면 20년 후 우리가 살게 될 세상은 핵무기 보유국들이 넘쳐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블로 클림킨 우크라이나 전 외무장관은 "핵확산금지조약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나 현재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많은 국가들이 핵확산금지조약 이행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때 핵확산금지조약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핵 전문가들은 산업 국가가 핵 능력을 갖추는 데 2년에서 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핵 능력 확보에는 최소 수십억 달러가 소요되며, 국제 제재가 가해질 경우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점이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