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NYT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편 공개…봉준호 ‘살인의 추억’ 99위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NYT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편 공개…봉준호 ‘살인의 추억’ 99위

영화 ‘살인의 추억’. 사진=싸이더스이미지 확대보기
영화 ‘살인의 추억’. 사진=싸이더스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편’ 목록에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 99위에 올랐다.

이 명단은 지난 2000년 이후 개봉한 전 세계 영화들을 대상으로 배우, 감독, 평론가 등 500명 이상이 참여한 투표를 바탕으로 선정됐다.

◇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순위권 진입


NYT는 ‘살인의 추억’을 소개하며 “이 한국 수사극이 할리우드 장르의 틀을 벗어난다는 점은 첫 장면부터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NYT는 “시골 마을의 한 형사가 경운기를 얻어타고 현장에 도착하는 장면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시작된다”며 “봉준호 감독은 상상할 수 없는 악과 맞선 인간의 한계를 유머와 드라마를 교차시켜 날카롭게 풀어냈다”고 밝혔다.
배우 찰스 멜튼은 “‘살인의 추억’을 적어도 20번은 봤다. 볼 때마다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며 “무섭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며 눈물이 나기도 한다. 특히 결말은 내가 본 어떤 영화보다도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살인의 추억’은 한국에서 지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실제로 발생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2003년 개봉해 525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봉 감독 특유의 장르 혼합과 사회 비판적 시선이 결합된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 글로벌 감독·배우들의 투표로 만들어진 리스트


NYT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데이터 저널리즘 부서인 ‘업샷’과 협력해 진행됐다. 설문은 오스카 수상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소피아 코폴라, 기예르모 델 토로, 베리 젠킨스, 배우 줄리안 무어, 존 터투로, 치웨텔 에지오포, 마이키 매디슨 등 영화계 주요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자 10편의 영화를 자유롭게 선택해 투표했고, 일부는 무작위로 제시된 두 영화 중 하나를 고르는 형식의 비교 투표에도 응했다.

이번 발표에서는 봉 감독 외에도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그리즐리 맨’(98위),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97위), 라이언 쿠글러의 ‘블랙 팬서’(96위), 요아킴 트리에르의 ‘월드 퍼슨 인 더 월드’(95위) 등 다양한 국가와 장르의 영화들이 포함됐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셀린 송의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도 86위에 올랐다. 이 영화는 서울과 뉴욕을 배경으로 삼은 이민 서사로 지난해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 한국 영화의 존재감, 더 확장될까


봉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인 ‘기생충’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위 순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의 쾌거를 이룬 작품이기 때문이다.

최근 넷플릭스, 디즈니+, 왓챠 등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한국 콘텐츠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인지도는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NYT가 이번에 발표한 리스트에서도 그 흐름이 반영된 셈이다.

한편, NYT는 이번 주 동안 매일 20편씩 순위를 추가 공개할 예정이며 상위권 순위는 오는 25일께 발표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