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산 반려동물 사료가 미국 수입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며 수출 1위 국가로 부상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36% 고율관세 부과 방침으로 현지 제조업체들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태국 기업들 “미국 수출 잠정 중단할 수도”
방콕 외곽에서 반려동물 간식과 사료를 생산하는 S.I.P. 시암인터퍼시픽의 차차이 러트위왓쿨 대표는 지난 4월 고율관세 방침이 알려진 직후 “이런 조치가 우리 기업과 태국 전체 사료 수출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대로 관세가 36%로 복원된다면 미국 고객사에는 당분간 납품을 멈출 수밖에 없다”며 “소매가를 그렇게 올릴 수는 없다”고 했다.
차차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10~15% 수준의 관세를 예상했지 지금처럼 두세 배까지 오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미 고객사들과 가격 인하 방안을 협의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결정에 따라 아시아 시장 중심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 태국 정부는 美와 협상 시도…“美 농산물 수입 확대 가능성”
태국 중앙은행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아누손 타마자이 태국상공회의소대 경제학부 학장은 “정치 혼란으로 미국과의 협상이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중서부 공화당 주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콘 메이즈)에 부과하고 있는 73%의 관세를 완화하거나 철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원재료 조달비용을 낮춰 사료 업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태국에 몰리는 글로벌 업체…ZURU·블루팔로 등 생산시설 확대
미국 네슬레의 반려동물 브랜드 퓨리나는 지난 2022년 태국 동부에 1억5000만 달러(약 2064억원)를 투자해 신규 공장을 건설했고 마스펫케어도 2021년 기존 시설을 확장했다. 홍콩계 소비재 기업 주루(ZURU)는 지난해 말 태국 동부 해안에 축구장 4개 크기의 공장 부지를 확보하고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반려동물 사료 생산을 준비 중이다.
주루 공동창업자인 알리스테어 킹은 “반려동물 사료 생산 거점으로는 태국이 유일하게 진지하게 고려한 대상이었다”며 “알루미늄에 부과된 관세로 인해 미국 내에서 습식 사료를 생산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태국 진출을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 美·中 무역전쟁 반사이익…“이젠 중국과 경쟁 가능”
태국 블루팔로 펫케어의 타눗 토텁 최고경영자(CEO)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우리에게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14년 전 회사를 창업한 뒤 두 번째 공장을 신설했고, 곧 세 번째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현재 블루팔로는 전 세계 20여개 해외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자체 마케팅팀 없이도 고객사들이 먼저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토텁 CEO는 “우리는 원래 중국과 경쟁이 안 됐지만 이제는 가능하다”며 “태국의 관세가 중국보다 낮게 유지되는 한 큰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태국 반려동물 사료 수출액은 최근 5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해 연간 25억달러(약 3조4410억원를 기록했다. 태국 가시콘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이는 수산물 및 식품 가공 산업의 부산물을 활용한 구조 덕분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