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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SiC 강자' 울프스피드의 추락…르네사스기 최대주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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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SiC 강자' 울프스피드의 추락…르네사스기 최대주주로

전기차 수요 예측 실패와 과잉투자가 부른 유동성 위기
SiC 반도체 공급망 재편…국내외 경쟁사엔 기회 열려
2022년 4월 미국 뉴욕주 마시(Marcy)에 있는 울프스피드 모호크 밸리 공장에 전시된 200mm 탄화규소(SiC) 웨이퍼. 사진=울프스피드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4월 미국 뉴욕주 마시(Marcy)에 있는 울프스피드 모호크 밸리 공장에 전시된 200mm 탄화규소(SiC) 웨이퍼. 사진=울프스피드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인 울프스피드가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전기차(EV) 시장 성장 둔화,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과도한 설비 투자라는 삼중고를 넘지 못하고 재무 상태가 악화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로이터통신, 닛케이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울프스피드(Wolfspeed)는 지난달 6월 30일(현지시각) 델라웨어 파산 법원에 연방파산법 제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챕터 11은 기업의 채무 이행을 일시 중단하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기업 회생을 꾀하는 제도로,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 부채 73% 탕감…'군살빼기'로 재기 노린다


울프스피드는 채권단 97%의 동의를 얻어 사전 합의한 '프리패키지드(Prepackaged) 챕터 11'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이번 재건 계획을 통해 총부채를 기존 62억9000만 달러(약 8조5122억 원)에서 약 16억9000만 달러(약 2조2870억 원)로 73%가량 대폭 줄여 이자 비용도 60% 절감한다. 이를 위해 2억7500만 달러(약 372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조달하며, 기존 150mm 구형 웨이퍼 라인은 닫고 200mm 첨단 공정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회사는 2025년 9월 말까지 파산 관련 절차를 모두 마무리할 목표다. 또한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고객사 제품 공급을 포함한 모든 사업 운영은 중단 없이 지속한다고 강조했다.

울프스피드는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의 핵심 부품인 파워 반도체용 소재와 부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며, 특히 탄화규소(SiC) 웨이퍼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췄다. 폭발적인 전기차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해 부채가 65억 달러(약 8조 7945억 원) 수준까지 불어났으나, 시장이 급격히 식으면서 실적 전망이 악화했다. 여기에 투자의 핵심 재원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을 확보하지 못한 것 역시 치명적인 계산 착오로 작용했다.

◇ 파트너 르네사스는 최대주주로…SiC 시장 지각변동


이번 구조조정으로 최대 파트너사인 르네사스의 역할은 채권자에서 최대주주로 바뀐다. 르네사스는 2023년 10년간 SiC 웨이퍼를 공급받는 조건으로 예치했던 20억 달러(약 2조7064억 원)를 전환사채, 신주, 워런트로 바꿔 울프스피드 지분 38.7%를 확보해 사실상 경영권을 인수한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은 3~5%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르네사스는 약 17억 달러(약 2조3004억 원) 규모의 손실을 2025년 상반기 실적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는 세계 SiC 반도체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울프스피드의 공급 차질 우려로 SiC 웨이퍼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며,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인피니언, 온세미 등 경쟁사들이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8인치(200mm) SiC 웨이퍼 양산에 성공했던 울프스피드의 몰락은 업계에 '기술 선도가 반드시 수익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상징적인 사례로 남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