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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은 멈추고 해고도 없다”…美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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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은 멈추고 해고도 없다”…美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

지난 2014년 10월 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니언데일에 위치한 나소 베테랑스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열린 나소카운티 메가 취업박람회 입장을 위해 구직자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4년 10월 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니언데일에 위치한 나소 베테랑스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열린 나소카운티 메가 취업박람회 입장을 위해 구직자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노동시장이 해고도, 채용도 줄어든 이른바 ‘무(無)고용·무(無)해고’ 국면에 접어들며 고용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의 6월 민간부문 고용은 예상보다 많은 14만7000명 증가했지만 이 가운데 85%가 교육과 보건 부문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으로 활동한 마이크 콘잘의 분석이다. 반면, 전문직·비즈니스 서비스 등 백색직종 중심의 업종에서는 고용이 거의 늘지 않았다.

◇ “일자리는 있지만, 새로운 채용은 없다”


이같은 고용 편중은 최근 수년간 미국 경제를 괴롭혀온 ‘얼어붙은 노동시장(frozen job market)’ 흐름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일자리를 가진 사람은 계속 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실업자나 이직 희망자들은 좀처럼 문을 열 수 없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는 것이다.
미 노동부가 지난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민간 부문 해고 건수는 전월보다 18만8000건 줄어들며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을 이어갔다. 반면 같은 기간 새로 채용된 인원은 11만2000명 감소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전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에서 실업수당을 계속 수령하고 있는 사람의 수는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94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일자리를 잃은 뒤 재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 “불황 확신 전엔 자르지 않는다”…기업들의 이중 전략


일자리를 줄이지 않으면서도 채용을 꺼리는 기업들의 전략은 인공지능(AI) 도입 확대와 맞물려 있다. 악시오스는 “고용주들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인력을 교체하거나 늘리는 대신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D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넬라 리처드슨은 “현재 미국은 무너지진 않았지만 역동성도 없는 복합적인 고용시장에 있다”며 “이직률과 채용이 모두 둔화됐다”고 말했다. JP모건자산운용의 글로벌 수석 전략가 데이비드 켈리는 “처음부터 적합한 인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이 불황이 확실해질 때까지는 해고를 주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고용지표, 어느 면을 보느냐에 따라 엇갈린 해석


최근 노동시장에 대한 진단은 보는 지표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직장을 잃은 사람의 수만 보면 견고한 시장처럼 보이지만, 새로 일자리를 얻는 사람의 수만 보면 수년 내 최악 수준이다. 결국 현재의 미국 고용시장은 ‘양극화된 이중 시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악시오스는 “앞으로 노동시장이 다시 풀릴지, 아니면 해고가 먼저 늘어날지 여부가 미국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