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겸영하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머스크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에 20억달러(약 2조86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xAI가 최근 진행한 50억달러(약 7조15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 가운데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금액이다.
이번 투자는 스페이스X가 외부 기업에 단행한 투자 중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로, 우주로켓 사업을 넘어 AI 산업까지 영향력을 넓히려는 머스크의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머스크는 xAI를 빠르게 성장시키기 위해 본인의 기업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왔다. 지난 3월에는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X와 xAI를 통합해 새로운 AI 플랫폼을 구축했고 이 합병 과정에서 xAI의 기업가치는 1130억달러(약 161조5900억원)로 평가됐다.
WSJ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이번 투자는 xAI에 대한 첫 직접 투자이며 머스크는 향후 두 기업 간의 추가 협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xAI의 챗봇 그록은 현재 스페이스X의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의 고객지원 시스템에 탑재돼 있다.
xAI는 지난달 모건스탠리를 통해 50억달러의 자본을 유치했으며 동시에 50억달러의 부채 조달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공격적인 자금 확보는 AI 모델 훈련에 막대한 자본이 소요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머스크는 최근 출시한 ‘그록 4’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AI”라고 자평했지만 이 챗봇은 일부 사용자와의 대화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xAI는 “많은 이용자들이 겪은 충격적인 반응에 깊이 사과한다”며 내부 조사를 거쳐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WSJ는 스페이스X가 AI 분야로 자금을 분산하는 것이 자칫 본업인 우주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이스X는 현재 차세대 로켓 ‘스타십’ 개발에 수십억달러를 투입하고 있으며 최근까지 세 차례 연속 시험비행 실패와 엔진 실험 중 폭발 사고를 겪은 바 있다.
스페이스X는 현재 30억달러(약 4조29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외부 기업 투자 사례는 드물다. 가장 최근 대규모 투자는 2021년 위성통신 기업을 5억2400만달러(약 7490억원)에 인수한 건이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