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잇달아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며 사실상 ‘협상보다 응징’을 우선시하는 무역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협상용 지렛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협정보다 고율 관세 자체를 무역정책의 중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각)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전 세계 수입품에 평균 10% 이상 고율 관세를 예고하며 90일 유예기간을 설정했고 그 기간 동안 수십건의 무역협정을 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NYT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표된 합의는 영국·베트남과의 예비 협정 두 건뿐이며, 이 중 베트남 협정은 사실상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멕시코에 이어 캐나다, 일본, 한국, 브라질 등 10여개국을 상대로 30% 징벌적 관세를 다음달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200개국을 모두 만날 수 없다”며 “미국 시장에 들어오고 싶으면 관세를 내라. 싫으면 내지 마라”고도 발언했다.
이에 대해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고율 관세는 협상 카드의 일부이며 영국과의 협정에서도 고관세와 시장 개방을 함께 구성했다”고 해명했다.
◇대공황 수준의 보호무역…공화당도 우려
예일대 예산연구소 소속 경제학자 어니 테데스치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올해 초 2.5%에서 최근 18.7%로 뛰었으며 이는 1933년 대공황 시기의 스무트-홀리 관세법 수준과 유사하다.
그는 “이 행정부는 관세를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로 삼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보호무역주의”라고 평가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몬태나주의 스티브 데인스 상원의원은 지난 4월 청문회에서 “이 관세들이 협상을 위한 수단이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아이오와주의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도 “이게 진짜 협상 카드가 아니라면 솔직히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NYT는 이번 관세 조치가 단순한 무역 전술을 넘어 이미 트럼프 1기 재임 중 협정을 체결했던 캐나다·멕시코·한국·일본 등 동맹국에까지 재차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국가는 백악관과 협상 일정을 시도하고 있으나 상당수는 아직 면담 일정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기업과 전문가들 “관세가 메시지이자 정책”…협상 실효성 의문
무역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을 병행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협상보다는 관세 부과 자체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미국 협상가들은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동시에 고율 관세 장벽을 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미외국무역협의회(NFTC)의 제이크 콜빈 회장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10% 관세도 큰 충격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최선일 수 있다는 분위기”라며 “징벌적 관세가 이제는 일종의 ‘기본값’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다음달 1일 관세 발효를 철회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이번 조치는 세계무역의 예측 가능성과 협상 질서를 모두 흔드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