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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의 '물 패권' 야심…티베트 댐, 남아시아 안보 뇌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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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의 '물 패권' 야심…티베트 댐, 남아시아 안보 뇌관 되나

중국은 청정에너지와 경기부양 명분, 하류 국가는 '물 무기화' 우려
지진 위험 지대 건설에 환경 파괴 논란...남아시아 지정학 갈등 새 뇌관으로
인도 동북부 아삼 주 조기호파에서 브라흐마푸트라 강에 배들이 보인다. 중국이 티베트 고원 야룽창포강(브라마푸트라강 상류)에 초대형 댐 건설을 시작해 하류 국가인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청정에너지 확보와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하류 국가들은 댐이 '물 무기'로 사용될 가능성과 지진 위험지대 건설에 따른 환경 파괴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동북부 아삼 주 조기호파에서 브라흐마푸트라 강에 배들이 보인다. 중국이 티베트 고원 야룽창포강(브라마푸트라강 상류)에 초대형 댐 건설을 시작해 하류 국가인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청정에너지 확보와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하류 국가들은 댐이 '물 무기'로 사용될 가능성과 지진 위험지대 건설에 따른 환경 파괴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티베트고원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 발전 댐 건설을 시작하며 하류에 있는 인도, 방글라데시 같은 주변국의 물 안보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1700억 달러(약 234조 원)를 투입하는 이 초대형 사업은 중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청정에너지원으로 기대를 모으지만, 수백만 명의 생명선을 야룽창포강(인도 이름 브라마푸트라강)에 의존하는 하류 국가들은 심각한 위협으로 여긴다.

이 계획은 현재 세계 최대인 싼샤댐을 압도하는 규모로, 리창 총리가 사업을 발표하자 중국의 건설과 엔지니어링 관련 주가가 급등했다. 중국 정부는 이 댐으로 청정에너지 확보와 일자리 창출, 경기 부양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계획을 보면 강이 티베트고원에서 2000m 아래로 급히 떨어지는 50km 구간에 5개의 댐이 들어서며, 첫 전력 생산은 2030년대 초중반으로 전망한다.

◇ 정보 부족 속 커지는 하류 국가의 불안


그러나 중국이 구체적인 건설 방식이나 세부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아 주변국의 우려는 더 커진다. 관개, 발전, 식수를 브라마푸트라강에 의존하는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물 부족 사태를 가장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인도 아루나찰프라데시주의 주총리는 "댐이 건설되면 주를 통과하는 강물의 80%가 마를 수 있고, 하류인 아삼주 등은 오히려 홍수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물 흐름이 줄거나 급히 바뀌면 이 지역의 농업용수, 식수, 수력발전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환경 파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마이클 스테클러 교수는 댐 건설로 하류로 운반되는 퇴적물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퇴적물은 하류 범람원의 농업에 필수적인 영양분을 포함하고 있어, 댐으로 막히면 흙의 기름짐에 바로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 국경 분쟁을 겪었던 역사는 군사 긴장감까지 더하고 있다. 하천 자원을 둘러싼 갈등은 양국 사이에 새로운 긴장 요소다. 애리조나 대학교의 사야낭슈 모닥 전문가는 "1960년대 국경 전쟁의 기억과 중국의 불투명한 정보 공개가 맞물려, 중국이 분쟁 때 댐을 물 공급 차단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이 댐에서 갑자기 많은 양의 물을 내보내면 하류 지역에 '물 폭탄' 같은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수자원 무기화'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 물 분쟁, 외교·안보 문제로 비화


중국 외교부는 공식 입장을 내어 정면으로 반박했다. 외교부는 "야룽창포강 수력 발전 사업 건설은 중국의 주권 범위에 속하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며 "이 댐은 청정에너지를 공급하고 홍수를 막을 것이며, 하류 국가들과 수문 정보, 홍수 통제 등 필요한 소통을 해왔다"고 밝혔다. 인도 외교부와 수자원부는 관련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댐의 영향이 과장되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모닥 전문가는 "브라마푸트라강 수량의 대부분은 히말라야 남쪽의 계절풍 강우에서 비롯되므로 중국 댐의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의 계획이 물을 가두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내는 '자연 유하식' 발전 방식이라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한편 인도는 중국의 움직임에 맞서 강의 권리를 주장하려는 전략적인 대응에 나섰다. 인도 역시 야룽창포강의 자국 이름인 시앙강에 11.5기가와트 규모의 대형 댐을 포함한 2개의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모닥 전문가는 "만약 인도가 그 물을 사용해왔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중국은 일방적으로 물길을 돌릴 수 없다"며 인도의 댐 건설이 중국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고 풀이했다.

이 지역의 기후변화는 이런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최근 강수 형태가 불규칙해지고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홍수와 가뭄이 잦아지고 있는데, 중국의 댐 건설은 이런 자연환경 변화와 맞물려 물 관리의 복잡한 어려움을 더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위험은 자연재해다. 댐이 들어설 지역은 지진이 잦고 산사태와 빙하호 붕괴 홍수 위험이 큰 곳이다. 댐 건설은 이런 재해 위험을 키울 수 있으며, 인근 생물다양성 보호구역과 토착민의 삶의 터전도 바로 위협한다. 올해 초 티베트에서 강진이 일어난 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댐 건설 열풍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인근 지류의 작은 수력 발전소조차 혹독한 기후와 고지대의 기술 어려움 때문에 한 해에 건설할 수 있는 기간이 4개월에 불과하다.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이 댐은 남아시아의 지정학적 구도까지 흔드는 복잡한 안보 사안이 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