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심층분석] 미국, '특허 재산세' 도입 추진…글로벌 산업계 파장 예고

글로벌이코노믹

[심층분석] 미국, '특허 재산세' 도입 추진…글로벌 산업계 파장 예고

특허 가치의 최대 5% 수수료 부과, 수백억 달러 세수 확보 목표
삼성·LG 등 국내 기업 부담 가중 우려…업계 '혁신 저해' 강력 반발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 루트닉 장관은 특허 가치에 기반해 최대 5%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이른바 ‘특허 재산세’ 도입을 주도하고 있다. 이 제도가 현실화될 경우 삼성, LG 등 주요 특허 보유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혁신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 루트닉 장관은 특허 가치에 기반해 최대 5%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이른바 ‘특허 재산세’ 도입을 주도하고 있다. 이 제도가 현실화될 경우 삼성, LG 등 주요 특허 보유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혁신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AP/뉴시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특허 가치에 따라 최대 5%의 수수료를 물리는, 사실상의 '특허 재산세(patent property tax)' 도입을 추진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35년간 소액의 고정 수수료를 기반으로 유지돼 온 미국 특허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급진적 변화로, 산업계에서는 '혁신에 대한 세금'이라는 거센 비판과 함께 향후 막대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수백억 달러의 추가 세수 확보와 재정 적자 감축을 목표로 이번 개편안을 직접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와 특허청(USPTO)은 현재 특허 가치의 1~5%를 부과하는 방안을 두고, 기존의 고정 요금 체계를 대체 또는 보완할지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혁신에 대한 세금'…산업계 강력 반발


이러한 계획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즉각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국 상공회의소 산하 글로벌혁신정책센터의 브래드 와츠 수석 부사장은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방식에 대한 완전한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많은 기업이 이를 '혁신에 대한 세금'으로 인식하고 중대한 우려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이미 특허로 발생한 수익에 대해 법인세 등을 납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강력한 저지 노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특허상표청(PTO) 자문위원장을 역임한 로펌 아렌트폭스 쉬프의 파트너 메릴리 젠킨스 역시 "미국 정부가 평가한 지식재산권 가치에 비례해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어떻게 혁신을 장려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이 지식 재산권 보호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자, 혁신 비용을 세금 형태로 부과하는 논란적인 시도라 평가하며 기업과 법조계의 부정적 반응을 예상했다.

월스트리트 임원 출신인 러트닉 장관은 고율 관세나 500만 달러(약 69억5950만 원)를 내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트럼프 카드' 등 트럼프 대통령의 세수 증대 전략을 적극 지지해 온 인물이다. 실제로 러트닉 장관은 올해 초 이 자문위원회의 위원들을 해임했으며, 특허상표청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4월 사임해 개편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허상표청의 차기 청장으로 골드만삭스 출신의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 존 스콰이어스를 지명했으며, 그가 상원 인준을 통과할 경우 이번 개편안 추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 법적·국제적 장벽…실행까지 '산 넘어 산'


하지만 이 계획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존재한다. 우선 연간 약 45억 달러(약 6조2626억 원)의 수수료 수입으로 운영되는 자율 기관인 특허상표청에 수백억 달러의 추가 수입을 발생시키는 것은 기관의 재정 운영 목적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법적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상무부는 추가 재원을 재정 적자 감축 등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글로벌 특허 체계와 차별화되는 이 방안은 국제적인 반발을 살 수 있다.

미국 내 주요 특허 보유 기업 중에는 삼성이나 LG 등 외국 기업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이들과의 마찰 우려가 크다. 의회가 내년에 만료되는 특허상표청의 자체 수수료 책정 권한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계획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점도 주요 변수다. 이번 개편안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특허 제도의 지형도를 바꾸는 중대 분수령이 되는 동시에, 국내외 기업의 비용 부담과 혁신 환경 전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