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뛰는 함정 줄고, 정비 지연 ‘도크 신세’… 숙련자 떠나고 장비 낡아
8조 원 투입해도 보수 어려움 해결하지 못한 ‘세계 최강 해군’의 현실
8조 원 투입해도 보수 어려움 해결하지 못한 ‘세계 최강 해군’의 현실

1980년대 말 미 해군은 600척에 가까운 대형 함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점차 함정 수가 줄면서 현재는 절반 이하로 내려왔다. WSJ는 “함정 유지 보수가 늦어 실제 운용 가능한 함정 수가 더욱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 USS 헬레나호 선원 사망 사건이 보여준 정비 현장 문제
로스앤젤레스급 잠수함 USS 헬레나에서 지난 5월 수중 음파 탐지기 기술자 티모시 샌더스가 정비 중 노출된 전원에 감전돼 숨졌다. 샌더스는 생전 “잠수함 수리가 표준에 못 미쳐 누군가 다칠까 걱정된다”고 여러 차례 가족에게 말했다.
■ 숙련 인력 부족과 낡은 인프라가 문제
미 해군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원자력 항공모함과 잠수함을 수리하는 공공 조선소를 4곳으로 줄였다. 이들 조선소는 설립된 지 100년 넘었고, 기기의 절반 이상은 수명 연한을 넘겨 낡았다.
조선·정비 인력도 부족하다. 의회예산처(CBO)는 숙련 노동자의 퇴직과 인력 이탈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사고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해군은 현재 약 49개 사업에 60억 달러(약 8조 원)를 투자해 정비 인프라를 개선 중이라고 밝혔다.
브라이언 클라크 허드슨연구소 연구위원은 “함정 유지 보수가 늦어질수록 바다에 나갈 수 있는 함정이 줄어들어 남은 함정의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 “미 해군, 정비체계 새로 짜야”
지난 7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 참석한 대럴 코들 미 해군작전사령관 지명자는 “정비 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전투 준비태세에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여객선 운영 방식을 참고해 더 빠르게 함정을 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 해군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구축함 정비가 예정보다 2633일 늦춰졌다. 해군은 개선되고 있지만, 목표 전투력에 도달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USS 헬레나호 정비 지연과 선원 사고는 미국 해군이 보유한 함정 숫자가 줄어든 데다, 유지보수 문제까지 겹쳐 실제 전투력 약화 위험에 처했음을 보여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