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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도 못 피한 노후의 덫… 미국 해군, ‘295척 중 절반만 바다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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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도 못 피한 노후의 덫… 미국 해군, ‘295척 중 절반만 바다에 나간다’

작전 뛰는 함정 줄고, 정비 지연 ‘도크 신세’… 숙련자 떠나고 장비 낡아
8조 원 투입해도 보수 어려움 해결하지 못한 ‘세계 최강 해군’의 현실
세계 최강으로 알려진 미국 해군은 약 295척 규모의 함대를 운용하는데, 이 가운데 실제 바다에 나갈 수 있는 함정은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미지=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강으로 알려진 미국 해군은 약 295척 규모의 함대를 운용하는데, 이 가운데 실제 바다에 나갈 수 있는 함정은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미지=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미 해군이 함정 유지 보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3(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와 해군 역사 및 유산 사령부(1945~2015), 국제전략연구소 자료(2020, 2025)에 따르면, 현재 미국 해군은 약 295척 규모의 함대를 운용하는데, 이 가운데 실제 바다에 나갈 수 있는 함정은 상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 말 미 해군은 600척에 가까운 대형 함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점차 함정 수가 줄면서 현재는 절반 이하로 내려왔다. WSJ함정 유지 보수가 늦어 실제 운용 가능한 함정 수가 더욱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USS 헬레나호 선원 사망 사건이 보여준 정비 현장 문제

로스앤젤레스급 잠수함 USS 헬레나에서 지난 5월 수중 음파 탐지기 기술자 티모시 샌더스가 정비 중 노출된 전원에 감전돼 숨졌다. 샌더스는 생전 잠수함 수리가 표준에 못 미쳐 누군가 다칠까 걱정된다고 여러 차례 가족에게 말했다.
헬레나호는 6년 넘게 임시 정지 및 재가동방식으로 수리를 받으며 작전에서 빠졌다. 계약상 수리는 몇 달 걸릴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수년 동안 정비 작업이 늦어졌다. 해군에 따르면 보이시(Boise)호는 무려 14년 만인 2029년에야 다시 작전에 투입될 계획이다. 이런 장기 수리 지연이 해군의 전체 전력 운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숙련 인력 부족과 낡은 인프라가 문제

미 해군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원자력 항공모함과 잠수함을 수리하는 공공 조선소를 4곳으로 줄였다. 이들 조선소는 설립된 지 100년 넘었고, 기기의 절반 이상은 수명 연한을 넘겨 낡았다.

조선·정비 인력도 부족하다. 의회예산처(CBO)는 숙련 노동자의 퇴직과 인력 이탈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사고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해군은 현재 약 49개 사업에 60억 달러(8조 원)를 투자해 정비 인프라를 개선 중이라고 밝혔다.

브라이언 클라크 허드슨연구소 연구위원은 함정 유지 보수가 늦어질수록 바다에 나갈 수 있는 함정이 줄어들어 남은 함정의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미 해군, 정비체계 새로 짜야

지난 7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 참석한 대럴 코들 미 해군작전사령관 지명자는 정비 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전투 준비태세에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여객선 운영 방식을 참고해 더 빠르게 함정을 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 해군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구축함 정비가 예정보다 2633일 늦춰졌다. 해군은 개선되고 있지만, 목표 전투력에 도달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USS 헬레나호 정비 지연과 선원 사고는 미국 해군이 보유한 함정 숫자가 줄어든 데다, 유지보수 문제까지 겹쳐 실제 전투력 약화 위험에 처했음을 보여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