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방위적인 수입 관세 인상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생활용품·식품·의류 등 주요 브랜드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을 경고하고 나섰다.
기업들은 관세로 인한 수백억 원대 비용 증가와 원자재값 상승 등을 이유로 들며 향후 수개월 내 가격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5일(현지시각) 미국의 건강·영양 전문매체 이트디스낫댓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이날부터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힌 가운데 미국 내 주요 기업 7곳이 소비자 가격 인상을 공식화했다.
◇ P&G·몬델레즈 등 생활·식품업계 인상 돌입
오레오와 리츠를 보유한 몬델레즈인터내셔널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루카 자라멜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특히 코코아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이 인상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인플레이션 범위 내에서 점진적이고 적정한 수준의 가격 조정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코코아값 2년새 165% 폭등…초콜릿업계도 압박
초콜릿 제조사 허쉬는 관세보다는 코코아 가격 급등이 가격 조정의 핵심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2년간 코코아 가격이 165% 이상 뛰었다”며 “오랫동안 비용을 내부적으로 흡수해왔으나 일부 제품의 가격 조정이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체 제품의 75%는 여전히 4달러(약 5400원) 이하 가격대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 아디다스·스탠리블랙앤데커·테슬라도 비용 전가 검토
독일 스포츠웨어 기업 아디다스는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가 하반기 2억 유로(약 313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비에른 굴덴 최고경영자(CEO)는 “시장 상황을 보며 신중히 대응하겠지만 가격 선도 업체가 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공구 제조업체 스탠리블랙앤데커는 연간 8억 달러(약 1072억 원) 규모의 관세 관련 정책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패트릭 할리넌 CFO는 “이 외에도 관세 완화를 위한 별도 대응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품회사 콘아그라브랜즈는 슬림짐·마리칼렌더 브랜드를 보유한 업체로 관세에 따라 판매원가가 3% 증가해 연간 2억 달러(약 268억 원) 이상의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숀 코널리 CEO는 “공급망 전반에 압력이 커지고 있어 소비자 가격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테슬라도 지난해부터 발생한 관세로 인해 3억 달러(약 4020억 원) 상당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바이바브 타네자 CFO는 “불확실한 관세 환경에서 가능한 최선의 대응을 하고 있지만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소비자 부담 커질 듯…가을 이후 본격 인상 예상
관세 시행 시점과 제품 유통 구조를 감안하면 이번 가격 인상은 이르면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생활필수품과 식품부터 의류·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