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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부의 대이동’ 가속…2025년 14만2000명 백만장자 국경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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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부의 대이동’ 가속…2025년 14만2000명 백만장자 국경 넘어

지난해 8월 7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코토르 항구에 대형 크루즈선들이 입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8월 7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코토르 항구에 대형 크루즈선들이 입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전 세계 백만장자들이 정치·경제 불확실성과 지정학 갈등 속에 자산을 지키고 더 나은 투자 환경을 찾아 대규모로 이주하고 있다.

‘부의 대이동’으로 불리는 이 현상은 서유럽 전통 부유층 거점의 인구와 자산 유출을 가속시키는 반면, 몬테네그로·아랍에미리트(UAE)·몰타 등 신흥 거점국의 부유층 순유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

9일(현지시각)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인용한 헨리 프라이빗 웰스 마이그레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약 14만2000명의 백만장자가 거주지를 옮길 예정이며 이는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규모다. 내년에는 이보다 많은 16만5000명이 국경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 몬테네그로, 10년 새 백만장자 124% 증가

발칸반도 아드리아해 연안에 위치한 몬테네그로는 보고서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부유층이 늘어난 국가’로 선정됐다. 현재 이 나라에 거주하는 백만장자는 약 2800명으로 지난 10년간 124% 증가했다. 규모는 작지만 증가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전문가들은 몬테네그로의 급성장이 과거 투자이민(‘골든 패스포트’) 제도와 유럽 내 지리적 접근성, 그리고 유연한 조세 제도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도미닉 볼렉 헨리앤파트너스 프라이빗 클라이언트 총괄은 “단일소득세, 상속·증여세 부재는 부의 보존에 유리한 조건”이라며 “아드리아해 해안선, 고급 부동산, 지중해 생활환경이 결합해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서유럽 전통 거점국, 부유층 유출 ‘심각’


유럽 전통 부유층 거점인 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 등은 자산가 유출에 직면했다.

특히 영국은 올해만 1만6500명의 백만장자가 이탈해 약 918억 달러(약 126조원) 규모의 자산이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0년 전 대비 부유층의 9% 감소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여파, 정치 불확실성, 비거주자 세제 개편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볼렉 총괄은 “독일 백만장자의 대체 거주·시민권 문의가 2023~2024년 사이 114% 증가했다”며 “이는 유럽 부유층 엘리트 전반의 자신감 약화로 장기적으로 금융 안정성과 혁신 역량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UAE, 최대 순유입국…몰타·폴란드도 부상


UAE는 정치적 안정성과 기업 친화 환경, 골든 비자 제도 덕분에 올해 약 9800명의 백만장자를 유치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순유입을 기록할 전망이다. 몰타·폴란드 역시 세제 혜택과 투자이민 제도를 바탕으로 부유층 유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정학적 불안정과 무역 갈등, 사회·정치적 분열이 자산가의 해외 이주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거주지와 투자 포트폴리오를 결정할 때 정치 리스크를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