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젊은이들 'K팝은 우울증 치료제'...BTS 메시지로 정신건강 회복"

미국 메트로 필라델피아가 지난 16일(현지시각) 보도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류는 서구 주류 미디어의 나쁜 영향으로부터 젊은 세대를 보호하고 치유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9년 필라델피아에서 18~30세 비한국인 한류 팬 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최근 동료 심사를 거쳐 국제학술지 '월드 레저 저널(World Leisure Journal)'에 실렸다.
◇ 서구 문화 대신할 마음의 쉼터 역할
22세 커뮤니케이션 전공 학생은 "한국 드라마의 이야기는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더 많이 애쓰는 것 같다"며 "그들은 그렇게 노골적이지 않고, 단순히 손을 잡는 것도 엄청난 일로 그려낸다"고 설명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특히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밝힌 19세 대학생은 "포옹이나 간단한 키스를 매우 친밀하게 그려내는 콘텐츠를 정말 좋아한다"고 말해, 지나친 성적 대상화나 폭력 콘텐츠에 지친 개인들에게 한류가 다른 선택지를 내놓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류의 치유 효과는 특히 방탄소년단(BTS)의 메시지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이자 바리스타인 한 참가자는 우울증에 시달리던 동안 BTS의 '매직샵'을 들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담요를 몸에 감싸고 차를 홀짝이며 들었는데 기분이 엄청나게 좋아졌다"고 말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24세 의료 보조원은 "그들은 자신을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퍼뜨리려고 애쓴다"며 "당신이 먼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도 당신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 온라인·오프라인 공동체 구축과 사회참여 확산
한류는 팬들 사이에 강한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든 배경과 연령대의 개인이 소셜미디어, 팬클럽, 지역 행사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한 참가자는 "템플 캠퍼스의 K팝 동아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며 "우리는 K팝과 K드라마를 함께 본다"고 말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온라인에서도 개인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기리려고 번역을 나누고, 팬 아트를 만들고, 자선 프로젝트를 조직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28세 정부 감정사는 "우리는 방탄소년단의 생일을 위한 프로젝트를 한다"고 말했으며, K팝 그룹 세븐틴의 멤버 민규 생일에 헌혈을 했다고 밝혔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한류는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 팬들에게 문화 정체성을 탐구하고 확인하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중국계 미국인 참가자는 "아시아의 문화 역동성은 나에게 친숙하다"며 "그것은 내가 내 문화를 더 자랑스러워하도록 북돋웠다"고 말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또 다른 중국계 미국인 대학 3학년은 한국 드라마가 "전통 가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사람들 주변에서 어떻게 말하거나 행동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일깨워 준다"고 설명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아시아 출신이 아닌 팬들도 한국 미디어가 보여주는 가치관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세 박사 과정 학생인 한 유대인 참가자는 한국인과 유대인 가족 구조의 비슷한 점을 언급하며 "정말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 뜻있는 시간 투자와 개인 성장
일부 팬들은 한류에 참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많은 팬들이 한류를 가치 있는 투자로 여겼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아마도 부끄러운 시간일 것이다"라고 한 참가자가 인정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하지만 지루할 때마다 K팝으로 눈을 돌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은 한류 소비를 "치료 세션"에 비유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다른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팬 커뮤니티나 온라인 콘텐츠에 더 많이 참여하게 됐고, 이런 더 깊은 수준의 참여는 비디오 편집, 번역, 행사 기획, 심지어 기금 모금까지 배우면서 기술 쌓기와 개인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실제로 동물 보호소나 댄스 스튜디오를 위한 기금을 모금한 참가자들은 한류 문화에서 받는 가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런 노력은 그들이 우상과 서로에게 더 많은 유대감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됐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26세 레스토랑 매니저는 "세븐틴의 특정 뮤직비디오에서 의상에 대한 엄청난 분석을 만들었다"며 "나는 나 자신을 도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냉소주의와 볼거리가 지배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한류는 기쁨, 취약성, 연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축하받는 공간이라는 다른 선택을 내놓는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가 주목받는 시점에서 넷플릭스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 직후 41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며 한류의 글로벌 영향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 애니메이션은 K팝 걸그룹이 악마 사냥꾼으로 활동한다는 설정으로, 트와이스의 정연, 지효, 채영이 사운드트랙에 참여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