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연준 갈등 속 채권시장 격랑...美 장기 금리 '고공행진' 위험 커져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연준 갈등 속 채권시장 격랑...美 장기 금리 '고공행진' 위험 커져

트럼프 감세 따른 재정 적자 확대 전망에 美 장기 국채 수익률 압박 가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7월2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현재 보수 공사 중인 연방준비제도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7월2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현재 보수 공사 중인 연방준비제도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해 전례 없는 공세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주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경기 부양과 정부 부채 부담 완화를 위해 금리를 과감히 인하해야 한다고 압박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스티브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연준 이사로 지명했고, 최근에는 리사 쿡 연준 이사의 해임을 발표해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둘러싼 법정 공방 가능성까지 키우고 있다.

그렇지만 연준이 단기 금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더라도, 미국인들이 수조 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대출, 기업 대출, 기타 부채에 실제로 부담하는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에 크게 좌우되는 가운데 장기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파월 의장이 이르면 다음 달부터 통화정책 완화를 시사했지만, 관세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고, 막대한 재정적자로 시장에 미국 국채가 계속 쏟아질 전망인 데다 트럼프의 감세 정책이 내년에 경기 부양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되며 장기채 금리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

네드그룹 인베스트먼트의 데이비드 로버츠 채권 총괄은 단기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장기 금리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를 훨씬 웃돌고 있다”면서 “지금 돈을 더 싸게 풀면 경기 과열, 달러 약세, 그리고 상당히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장기 금리 상승 압력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가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트럼프의 승리를 예견하기 시작하자, 연준이 기준금리를 20여 년 만에 최고치에서 내리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이는 트럼프의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이 당시 예상보다 강한 경기 회복세에 불을 지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연준은 무역전쟁이 경제 전망을 뒤흔들고 해외 투자자들을 위축시키며 소비자물가 상승 위험을 높이자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왔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이 현재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이고 트럼프의 감세 법안이 향후 10년간 3조 달러 이상 재정 적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어 미국의 부채 규모가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전략가 마이클 아론은 “미국이 재정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부담이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하며, “그 결과 장기 금리는 시장 예상보다 높고 변동성이 큰 상태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행정부의 지출 절감과 성장 촉진 정책이 결국 10년물 국채 금리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단기 금리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 하락했으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날도 한때 4.31%까지 치솟은 뒤 약 4.26%로 마감해 트럼프 당선 당시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30년물 수익률도 4.92%로 소폭 상승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검증되지 않은 모기지 사기 의혹을 이유로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겠다고 발표한 데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했다. 쿡 이사는 법정에서 이를 강력히 다투겠다고 밝혔고, 연준은 재판 결과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블룸버그 전략가들은 “쿡 이사에 대한 해임 시도가 이날 트레이더들의 최대 관심사였다”면서 “현재까지는 장기물 금리 곡선에서의 위험 프리미엄 상승이 가장 두드러진 파급 효과”라고 분석했다.

전략가들은 이어 “연준에 대한 정치적 통제 시도가 더 힘을 얻게 된다면, 위험 프리미엄과 인플레이션 기대치 모두에서 더 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프리야 미스라는 연준을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강조하며, 쿡 이사의 교체가 있더라도 연준의 단기 정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재편하려는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채권시장의 불안 심리와 장기 금리의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