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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차대전 협력 역사로 '미·중 관계' 개선 모색…인적 교류 확대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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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차대전 협력 역사로 '미·중 관계' 개선 모색…인적 교류 확대 총력

'난양 자원봉사자' 등 잊혀진 영웅 재조명…美 '플라잉 타이거즈' 후손 초청
베이징 "공유된 역사, 양국 관계 성장의 지속적 원천"…트럼프 행정부와 소통 노력
2014년 11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환영식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014년 11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환영식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과의 협력 역사를 강조하며, 악화된 미·중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이징은 올해 기념일 행사를 통해 전시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홍보하고, 인적 교류를 촉진하여 미래 세대를 위한 외교 관계를 형성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을 맞아, 중국은 전쟁에 기여한 '미국 자원봉사 조종사(플라잉 타이거즈)'와 동남아시아 출신 운전사, 정비사 등 잊혀진 영웅들의 이야기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군의 맹렬한 폭격 속에서 버마 도로를 통해 중국에 막대한 양의 전쟁 물자를 운송했다. 중국 외교부는 러시아, 미국, 영국 등 전쟁에 기여한 국가들의 대표나 유족 50명을 기념식에 초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월 말레이시아 국빈 방문을 앞두고 '난양 자원봉사 정비사 및 운전자'의 공헌을 공개적으로 환영하며,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역사의 강을 따라 항해해 온 우정에 새로운 자극을 더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주재 한국 대사도 1940년부터 1945년까지 중국이 일본에 맞서 싸우는 동안 충칭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주최했던 역사를 담은 동영상을 게시하며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감했던 인적 교류를 회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중국에 재학 중인 한국 학생 수는 2017년 최고치에서 2023년 78% 급감했으며, 미국 학생 수도 마찬가지다. 시진핑 주석은 1년 전 향후 5년 동안 5만 명의 미국 학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목표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중 관계 전문가 존 델루리(John Delury)는 올해 기념식이 중국이 지역 리더십을 보여주고 세계 역사의 전환점에서 중국의 역할을 축하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더 이상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하며,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는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과의 전례 없는 긴장 속에서 중국은 군사 협력의 역사를 강조하며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셰펑(Xie Feng) 전 중국 대사는 1942년 '두리틀 공습' 당시 중국 마을 사람들이 미국 조종사들을 구출한 이야기를 언급하며, "피와 불로 형성된 중국과 미국 인민 간의 우정은 여전히 상록수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 내 국내 관객을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듀크 쿤산 대학의 잭 프레드먼(Jack Friedman) 역사학자는 "많은 젊은 미국인들에게 이 역사에 대한 인식이 중국 측만큼 많지 않다"며, "전시 협력을 과장함으로써 중국은 인적 교류를 촉진하는 데 여전히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세튼 홀 대학(Seton Hall University)의 정 왕(Zheng Wang) 평화 및 분쟁 연구 센터 소장은 "역사는 진지하게 제시될 때 더 광범위한 정치적 긴장 속에서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시대의 희생을 공동으로 한 것은 중국과 미국 사회 사이의 몇 안 되는 '좋은 추억' 중 하나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중미항공유산재단 회장 제프리 그린(Jeffrey Greene)은 양국의 젊은이들에게 공유된 역사에 대해 알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면 문이 열린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를 배우지 않는 사람들은 역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