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4 전기차, 주차 중 급가속 주장…"알고도 판매" 혐의
차세대 모델은 물리 버튼 회귀 선언…업계 전반 '터치 유행' 재검토
차세대 모델은 물리 버튼 회귀 선언…업계 전반 '터치 유행' 재검토

미국 뉴저지 연방법원에 접수된 소장을 보면, 폭스바겐의 2021~2023년형 ID.4 전기차의 정전식 운전대 버튼이 심각한 안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원고 측은 가벼운 접촉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햅틱(촉각) 제어 장치가 운전자의 뜻과 무관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송에 참여한 재니스 비처 씨는 자신의 2023년형 ID.4 차량으로 주차하던 중 차가 갑자기 앞으로 돌진해 나무와 부딪히는 사고를 겪었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그는 손을 다쳤고 차량 수리비로 1만 4000파운드(약 2634만 원)가 넘게 나왔다. 이들은 폭스바겐이 고객과 판매 대리점한테서 관련 결함에 대한 불만을 이미 여러 차례 받고도, 이를 제대로 알리거나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차량 판매를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비처 씨는 폭스바겐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 측 조사는 명확한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 손 스치자 '급가속'…디자인이 안전 위협
이러한 터치식 제어 장치는 비단 폭스바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도의 타타 모터스와 마힌드라를 비롯한 여러 자동차 제조사가 비슷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기엔 좋지만 쓰기엔 불편하다"는 평가와 함께 미래지향적 디자인이라는 말 이면에 일상 주행의 실용성과 안전성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촉각 반응의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기존 물리 버튼은 '딸깍'하는 소리나 눌리는 느낌으로 운전자에게 기능 작동 여부를 명확히 알려주지만, 터치 방식은 운전자가 입력을 확신하기 어려워 불필요한 반복 조작을 부를 수 있다. 긴급 상황에서 즉각 반응해야 하는 경음기(클랙슨) 기능이 대표적인 예다. 운전자가 당황해 운전대를 세게 쥐었을 때, 뜻과 다른 기능이 작동할 수도 있다. 장갑을 끼거나 손에 습기가 많을 때는 입력 오류가 생길 가능성도 크다.
◇ 제조사 책임 묻는 선례 될까…물리 버튼으로 유턴
이번 소송 결과는 자동차 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준다면, 제조사는 사용자 환경(UI) 설계의 안전까지 법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중요한 선례를 남긴다. 또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나 유럽연합(EU) 같은 각국 규제 당국이 크루즈 컨트롤처럼 차량 안전에 직결하는 전자 제어 장치에 대해 뜻하지 않은 활성화를 막는 한층 강화된 안전 기준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폭스바겐은 이미 이러한 비판을 일부 받아들여 앞으로 나올 모델부터는 다시 물리 버튼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2026년 출시 예정인 순수 전기 시험 제작차 'ID.2all'이 그 시작이다. 그러나 기존 ID.4 소유주들은 문제의 기술을 안고 계속 운전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소프트웨어 개선이나 추가 보완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폭스바겐은 단기적으로 소송 위험과 브랜드 이미지 손상을 피할 수 없으며, 장기적으로는 물리 버튼 복귀와 함께 더 정교한 촉각 반응 기술 개발로 신뢰를 회복해야 할 과제를 안았다. 이번 사태는 자동차 업계가 좇는 디자인 혁신과 운전자의 안전이라는 기본 가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무거운 과제를 던진다. 실제 여러 소비자 조사를 보면 터치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나타나면서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같은 다른 제조사들도 물리 버튼을 다시 채택하는 흐름이 넓어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