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민의 경제 인식이 통계상 탄탄한 지표와 달리 비관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WSJ가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와 함께 지난달 10~2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성인 152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자신의 생활수준을 개선할 ‘좋은 기회가 있다’고 답한 비율이 25%로 나타나 지난 1987년 조사 시작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열심히 일하면 앞서간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거나 처음부터 사실이 아니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70%로 최근 15년간 최고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4분의 3 이상이 자신이 없다고 답했다.
◇현재 경기는 ‘조금 나아졌지만’
현재 경기에 대한 평가는 다소 개선됐다. 경제가 ‘훌륭하거나 좋다’는 의견은 44%, ‘그렇지 않다 또는 나쁘다’는 의견은 56%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다수의 응답자는 주거비 부담, 미래 소득 불확실성, 금리와 물가에 대한 피로감을 이유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물가 상승이 큰 재정적 부담이라고 답한 비율은 28%, 작은 부담은 32%로 2023년 조사와 동일했다.
◇지표와 심리의 괴리
학계는 실업률, 물가, 소비, 주가 등 전통 지표로 예측되는 소비 심리와 실제 심리의 격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커졌다고 분석한다. 니얼 머허니 스탠퍼드대 교수팀은 주가 강세에도 소비 심리가 과거처럼 개선되지 않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최근의 부정적 심리는 물가 분노를 넘어 미래 불안이 핵심 요인이라고 해석했다.
◇주택은 ‘손에 닿지 않는 목표’
또 이번 조사에서는 내집 마련에 매우 자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분의 1 미만, 자신이 거의 없다는 응답은 56%로 나타났다. 낮은 금리로 고정된 기존 대출을 포기해야 하는 ‘금리 잠김’과 높은 집값이 이동성과 생애 계획을 제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치 성향별 온도차
다만 이번 조사 결과 백악관을 차지한 정당의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낙관적이라는 미국의 전통적인 패턴은 유지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공화당 지지층의 55%, 민주당 지지층의 90%가 자신과 다음 세대의 전망에 부정적이라고 답해 당파를 넘어선 비관 정서가 확인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