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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화, 50억 달러 청사진 공개…美 필리 조선소 '연 20척 생산기지'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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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화, 50억 달러 청사진 공개…美 필리 조선소 '연 20척 생산기지'로 탈바꿈

자동화·로봇 기술로 '스마트 야드' 전환…미·중 경쟁 속 美 조선업 재건 선언
2배 넘는 인력 채용으로 지역경제 활력…한미 '조선 동맹' 상징으로 부상
한화가 5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연간 20척 생산이 가능한 최첨단 '스마트 야드'로 탈바꿈시킨다. 자동화·로봇 기술 도입과 2배 이상의 인력 채용을 통해 쇠퇴한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고, 한미 '조선 동맹'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사진=한화필리조선소이미지 확대보기
한화가 5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연간 20척 생산이 가능한 최첨단 '스마트 야드'로 탈바꿈시킨다. 자동화·로봇 기술 도입과 2배 이상의 인력 채용을 통해 쇠퇴한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고, 한미 '조선 동맹'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사진=한화필리조선소
한화가 50억 달러(약 6조 9500억 원)를 투입해 2년 전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최첨단 생산기지로 탈바꿈시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3일(현지시각) 인콰이어러 등 외신에 따르면, 한화는 이 조선소에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디지털 기술을 전면 도입해 연간 건조 능력을 기존 1척 수준에서 최대 20척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 본토의 제조업 및 조선 역량을 강화하려는 백악관과 의회의 전략과 맞물려, 쇠퇴한 미국 조선업 부활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한화의 증설 계획은 필리 조선소의 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 시설 확장과 함께 새 도크 2기와 부두 3개를 추가로 건설하고, 대형 블록 조립 시설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생산 기반 시설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기 위한 포석이다.

인력 역시 대폭 늘린다. 용접과 기계 조작 분야 견습생을 대거 채용해 현재 1800명 수준인 직영·계약직 인력을 몇 년에 걸쳐 두 배 넘게 늘릴 방침이다. 특히 용접, 기계 조작사는 물론 조선 엔지니어,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인력 등을 적극 채용하고, 지역 한인 사회와 연계해 인재를 발굴한다. 안정적인 일감을 마련하고자 계열사인 한화해운은 필리 조선소에 미디엄 레인지(MR)급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10척과 LNG 운반선 2척을 이미 발주했으며, 첫 호선은 2029년 인도될 예정이다. 이 선박들은 미국 항구 사이 운송에 자국 건조 선박을 의무화한 '존스법'의 적용을 받는다.

◇ '판도 바꿀 계기'…미 정가, 전폭 지원 약속


한화의 대규모 투자는 미국 조선업 부활과 중국 견제라는 국가 목표와 맞닿아 있다. 펜실베이니아의 데이브 매코믹 상원의원(공화)은 성명을 통해 "한화의 증설은 미국 전체의 판도를 바꾸는 기회"라며 "미국 조선 산업의 재건이 바로 여기 필라델피아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화에 "추가 자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며 힘을 실었다. 한화의 이번 투자는 단순한 기업 활동을 넘어 미국 조선 재건의 신호탄이자, 한미 두 나라의 첨단 제조업 기술 교류를 확대하는 의미를 지닌다.

한화의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 8월 26일 이재명 대통령과 미국 고위 관료, 두 나라 산업계 주요 인사가 자리한 가운데 열린 국립해양다목적훈련선(NSMV) '메인함' 진수식에서 "오늘 이 자리는 두 나라가 산업을 되살리고, 선박 건조 능력을 키우며, 산업을 이끌어갈 숙련된 인력에 투자하기 위해 나란히 힘쓰는 모습을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한화는 미국 조선업의 새로운 장을 여는 데 동반자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LNG선·군함까지…고부가 선박 기지로 도약


한화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필리 조선소를 부가가치 높은 선박 건조 기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이 보유한 첨단 기술을 차츰 이전해 LNG 운반선을 비롯한 첨단 상선을 건조하고, 마침내 해군 보조함과 전투함을 포함한 고부가가치 선박까지 건조 목록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한화의 투자는 필라델피아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새로 짓는 부두와 도크, 스마트 생산 라인은 기반 시설을 고도화하고 실력 있는 기술자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의 기술 이전과 미국의 전략적 수요가 맞물리면서 필리 조선소는 LNG선, 해군 함정처럼 미국이 필요로 하는 선박을 안정적으로 건조하는 현지 생산 기지로 자리매김하며 한미 협력을 바탕으로 한 선진 조선 산업의 새로운 본보기를 제시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