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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테슬라, 머스크 1조 달러 보상 논란…"시총 8배 성장" 현실성에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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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테슬라, 머스크 1조 달러 보상 논란…"시총 8배 성장" 현실성에 의문

사상 최대 주식보상안 불구, 전문가들 "목표 달성 쉽지 않을 것"
BYD 추격·브랜드 위기·기술격차까지…테슬라 3중고 극복해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2년 3월22일 독일에서 테슬라 기가팩토리 개관식에 참석해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2년 3월22일 독일에서 테슬라 기가팩토리 개관식에 참석해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약 1조 달러(1389조원) 규모의 역사상 최대 주식 보상안을 제안하며 시가총액을 8배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목표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테슬라의 그간 성취는 인정하지만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머스크 경영권 강화의 배경

6(현지시간) 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테슬라 이사회는 지난 3일 머스크에게 최대 42370만주의 신주를 지급하는 보상안을 승인했다. 이는 테슬라 전체 주식의 12%에 해당하는 규모로, 보상 조건은 10년 내 시가총액(현재 약 11000억 달러)을 약 8배 성장시키는 것이다.
핵심 운영 목표로는 △누적 2000만대 테슬라 차량 인도 △100만대 로보택시 운영 △100만대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 공급 등이 설정됐다. 머스크는 옵티머스가 기업 가치의 80%를 차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회사 평가액을 25조 달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보상안은 2018560억 달러(778000억 원) 보상안이 델라웨어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은 후 재도전하는 성격이다. 머스크는 현재 테슬라 지분 약 13%를 보유하고 있으며, 새 보상안이 모두 이행되면 최대 28.8%까지 늘어난다. 그는 이사회에 최소 25% 의결권을 갖지 않으면 테슬라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시장의 냉정한 분석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8배 성장 목표에 회의적이다. 이는 현재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인 엔비디아(4조 달러)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실현될 경우 테슬라는 역사상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된다.

치명적인 문제는 테슬라가 핵심 목표를 이미 공식 포기했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20245월 연간 2000만대 인도 목표를 영향보고서에서 삭제했다. 25000달러(3400만 원) 저가형 모델 계획도 취소하면서 8배 성장 목표의 기반 자체가 흔들렸다.

수치로 보면 더욱 가혹하다. 현재 테슬라 시가총액 11000억 달러를 8배로 키우려면 현재 성과를 월등히 뛰어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시가총액은 '연간 순이익 × 주가수익비율(P/E)'로 결정된다. 테슬라가 현재와 같은 P/E 30배 수준을 유지한다면, 8배 시총을 위해서는 연간 순이익이 약 2800억 달러(389조 원)가 필요하다.

이는 테슬라 2023년 순이익 150억 달러(208000억 원)의 무려 19배에 해당한다.

매출 기준으로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 순이익을 내려면 연간 매출이 19000억 달러(2600조 원) 수준까지 늘어야 하는데, 이는 2023년 테슬라 매출 979억 달러(136조 원)19배에 달한다.

◇ 기술적 한계와 현실 괴리

각 목표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도 의문시된다. 2000만대 누적 인도 목표의 경우 현재 800만대에서 1200만대를 추가 인도해야 하지만, 2024년 테슬라의 연간 인도량은 179만대로 전년 대비 첫 감소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BYD178만대를 생산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차지한 상황이다.

로보택시 100만대 운영 목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현재 SAE 레벨2 수준으로, 이미 5개 도시에서 주간 25만 회 무인승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웨이모와 상당한 격차가 있다. 테슬라는 현재 오스틴에서 10-20대 규모의 파일럿 서비스만 운영 중이다.

옵티머스 로봇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테슬라는 20255000대 생산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까지 수백 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100만대 공급과 "기업 가치 80%" 기여도 주장은 현재 기술 수준과 상당한 괴리가 있어 보인다.

◇ 시장 환경의 악화

테슬라를 둘러싼 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다. 20242분기 전체 매출은 12% 감소했고 자동차 판매는 16% 급락했다. 유럽에서는 40% 이상 판매가 줄어들며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특히 머스크의 정치적 발언과 행보가 테슬라 브랜드에 타격을 주고 있다. 브랜드 충성도가 73%에서 49.9%로 급락했고, 유럽에서는 37% 판매 급감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도 202275%에서 202449%로 급격히 하락했다.

과거 머스크의 목표 달성 이력을 분석한 결과도 우려스럽다. 2016"2018년까지 LA-뉴욕 무인 주행", 2019"2020년까지 로보택시 100만대" 20개 이상의 주요 목표 중 절반 이상을 미달성했다.

◇ 놀라운 성과 속 냉정한 현실

물론 테슬라와 머스크가 보여준 성과는 놀랍다.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며 전통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스페이스X를 통해 우주 산업도 혁신했다. 테슬라는 여전히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이며, 자율주행과 에너지 저장 기술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도 산적한 과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8배 성장 목표가 현실적인 사업 계획이라기보다는 투자자 동기부여를 위한 '기업 구호'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116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이번 보상안에 대한 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보스턴칼리지 브라이언 퀸 교수는 "테슬라 주가가 회사 실적보다는 투자 심리에 좌우되는 경향을 고려할 때 주주들이 이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냉정한 접근을 당부하고 있다. 8배 성장 목표를 투자 근거로 삼기보다는 현실적 재무 전망과 기술 발전 가능성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여전히 혁신 기업이지만,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