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융염 고속로 SMR 탑재로 디젤 엔진 대체
2030년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목표…탄소 제로·운송 효율 극대화
2030년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목표…탄소 제로·운송 효율 극대화

온실가스 배출 없는 차세대 에너지원 확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대표 기업들이 손잡고 해상 운송의 틀을 바꾸고 있다고 에코티시아스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HD현대는 미국 테라파워와 협력해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탑재한 상업용 선박 개발에 본격 착수, 해운업계의 '탄소 제로' 시대를 연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한국수력원자력(KHNP),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원자력 핵심 기업들도 힘을 합쳐 기술 개발에 나선다.
◇ 육상에서 검증된 SMR 기술, 바다로
양사는 이미 수년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소형모듈원자로 건설 사업을 함께하며 협력 관계를 다져왔다. 테라파워가 냉각재로 물 대신 액체 나트륨을 사용하는 차세대 '나트륨(Natrium)' 원자로 기술을 제공하고, HD현대는 원자로의 핵심 부품을 안전하게 격리하는 용기를 제작하며 기술 신뢰를 쌓았다. 이 SMR 기술은 와이오밍, 텍사스 등 미국 내 친환경 원자력 발전소와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의 전력 공급에 먼저 적용한 뒤 해상 운송 분야로 확장될 계획이다.
◇ 탄소 제로·운송 효율 극대화…해상 무역 틀 바꾼다
이번 협력은 육상 원자력 사업을 해상으로 넓히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양사는 나트륨 SMR을 동력원으로 하는 새로운 상업용 선박을 건조해 상선 분야의 완전한 탈탄소화를 추진한다. 현재 사용하는 디젤 엔진은 선박 내 많은 공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막대한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꼽혔다.
나트륨 SMR은 기존 디젤 엔진보다 크기가 작아 화물 적재 공간을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선박의 운송 효율을 높여 해상 무역의 경제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HD현대는 이 기술을 활용해 2030년까지 약 1만5000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건조를 목표로 한다.
깨끗하고 안전한 원자력 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선박 함대의 등장은 단순히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을 넘어, 세계 물류와 무역의 판도를 바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업은 조선, 에너지, AI, 소재 등 양국이 공식 합의한 11개 전략 기술 분야 협력의 중심축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세계 1위 조선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과 원자력 혁신 기술을 가진 미국이 맺은 이번 동맹이 미래 해양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할 결정적 기회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