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글로벌이코노믹이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월 4일 기준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 시가총액은 1423조6871억 원이었으나 이달 5일 종가 기준 1702조6913억 원으로 불어났다. 석 달 만에 268조6160억 원이 늘어난 셈이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절반을 웃돌며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그룹의 시가총액 증가분이 단연 눈에 띈다. 같은 기간 삼성그룹 시총은 552조 원에서 652조 원으로 100조2513억 원 불어났다. 이는 전체 10대 그룹 시총 증가분의 37%를 혼자서 책임진 규모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업황 반등 사이클에 올라탔다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SK그룹은 237조 원에서 283조 원으로 약 46조 원 늘었고, 현대차그룹은 140조 원에서 171조 원으로 31조 원 증가했다. LG그룹도 22조 원 이상 몸집을 키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조선·방산 중심의 HD현대는 104조 원에서 125조 원으로 21조 원 넘게 늘었고, 한화그룹은 91조 원에서 114조 원으로 23조 원 이상 증가하며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두산그룹 역시 29%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통 제조업 기반 기업의 반등을 확인시켰다.
이 같은 흐름은 코스피 지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취임일(6월 4일) 코스피 지수는 2770.84였으나 지난 5일 3205.12로 마감했다. 취임 94일 만에 15.7% 상승한 것이다. 이는 역대 대통령 취임 100일간 코스피 지수 변동률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노무현 정부 100일간 코스피는 8.1% 상승했고, 이명박 정부 때는 6.3%, 문재인 정부는 4.0%에 그쳤다. 반면 박근혜 정부(-1.0%)와 윤석열 정부(-3.1%)는 취임 후 100일 동안 오히려 지수가 하락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100일 성적표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밸류업 정책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향후 시장은 차별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10대 그룹 모두 시총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지만 업종별, 종목별 주가 흐름은 갈리고 있다"며 "특히 단기간에 급등한 종목들의 경우 실적 개선과 수출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조정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기업별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정부의 밸류업 후속 정책이다. 실제로 시총 증가율이 두드러진 삼성·SK·현대차 등은 굵직한 자사주 소각을 진행하거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신뢰를 끌어냈다. 반면 일부 기업은 정책 모멘텀에도 불구하고 주가 반등이 제한적이었다. 이는 단순한 정책 효과를 넘어, 각 그룹의 실적 개선 능력과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주가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10대 그룹 시총이 268조 원 늘어난 것은 단기적 호재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밸류업 정책의 안착과 함께 글로벌 경기 반등, 반도체 업황 개선 등이 맞물릴 경우 증시는 박스권을 뚫고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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