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과 20억달러(약 2조7400억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25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전날 X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아르헨티나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아르헨티나 달러 표시 국채 직접 매입과 환율안정기금(ESF)을 통한 대규모 신용공여를 포함해 다양한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율안정기금은 1934년 설립돼 재무장관이 자산을 활용해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기금으로 1995년 멕시코 ‘테킬라 위기’ 당시 구제금융에 쓰인 바 있다. 현재 약 220억달러(약 30조1400억원)의 유동성 높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의 이같은 발언 직후 아르헨티나 페소화와 달러 표시 국채 가격은 반등했다. 2029년, 2035년 만기 국채는 달러당 각각 71센트와 55센트로 6~7센트 상승했고, 메르발 주가지수도 달러 기준 9% 넘게 올랐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및 베선트 장관과의 회동 이후 “아르헨티나 국민을 향한 확고한 지지에 감사드린다”며 “미국과의 우정과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안정과 번영, 자유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루이스 카푸토 경제부 장관도 “모든 국민이 함께 나라를 위대하게 만들자”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외환 확보를 위해 곡물 수출세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수출 확대를 통한 달러 유입으로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을 보강하려는 조치다. 중앙은행은 최근 사흘 동안 11억 달러(약 1조5070억 원)를 투입해 환율 방어에 나섰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같은 날 밀레이 대통령과 뉴욕에서 만나 “미국 재무부의 지원은 IMF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개혁 추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르헨티나는 내년에만 48억 달러(약 6조5700억 원)를 상환해야 하며, 현재 IMF 대출 잔액 1250억 달러(약 171조2500억 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자유주의 성향의 경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난 부에노스아이레스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예상 밖의 패배를 당하면서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의회 내 기반도 취약해 개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부패 스캔들과 경제 혼란이 겹치며 페소화는 환율 밴드 하한까지 급락했고 시장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