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무역 압박을 강화하면서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전면 중단해 미국 최대 농산물 수출 품목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中, 美 대두 ‘제로 수입’…브라질에 몰려
올해 미국산 대두 수출 시즌은 시작부터 ‘0건’으로 집계됐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같은 시점에 중국은 650만t을 선구매한 상태였다. 중국은 대신 브라질산 대두 수입을 사상 최대 규모로 늘리며 사실상 미국산을 대체하고 있다. 브라질은 1~8월 중국에만 6600만t을 수출했으며 이는 전체 수출의 4분의 3에 해당한다고 FT는 전했다.
대두는 사료용으로 주로 쓰이고 부산물은 바이오연료와 소방용 거품제 등 산업·소비재로 활용된다. 그러나 중국 수요가 끊기면서 미국 농가에서는 재고가 쌓이고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농민들 “세대 이어온 농장 위기”
대린 존슨 미네소타주 대두협회장은 FT와 인터뷰에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이번 수확에는 늦었다”며 “대두 과잉은 농가에 ‘파괴적’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업 경제가 흔들리면 시골 마을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고도 했다.
일리노이 대두협회의 토드 메인은 “2019년 무역전쟁 당시 미국은 시장 점유율의 20%를 브라질에 빼앗겼고 그 비중은 끝내 회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트럼프, ‘관세 수익으로 농민 지원’ 약속
그러나 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거둔 관세 수익 일부를 농민들에게 지원할 것”이라며 “잠시 피해를 보겠지만 곧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도 FT와 인터뷰에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 2019년에도 미국 정부는 230억 달러(약 32조4300억 원) 규모의 농민 구제금융을 집행했지만 실질적 수혜자는 브라질 농가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도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구조적 타격 불가피
미국 대두협회의 스콧 거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바이오연료 혼합 확대 정책은 일부 수요를 늘릴 수 있지만 수출 감소분을 상쇄하긴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이 시장에서 빠질수록 농가의 재정적 압박은 커지고 있다”며 “파산 농가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FT는 미국 농가의 충성도가 높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사태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존슨 협회장 역시 “농민들도 자유무역을 원한다”며 “이번 상황은 너무 빠르게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