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소비자 수익 의존…구글 '제미나이' 거센 추격에 '위기감'
엔비디아 업고 인프라 확장 가속…'전력 병목'이라는 새 난관 봉착
엔비디아 업고 인프라 확장 가속…'전력 병목'이라는 새 난관 봉착

엔비디아발(發) 1000억 달러(약 140조 원) 규모의 투자는 오픈AI를 AI 산업의 패권 기업으로 공인하는 선언과 같았다. 테슬라를 제외한 미국의 '매그니피센트 7' 빅테크가 일제히 그 깃발 아래 모여들면서, 시장의 질서는 오픈AI를 중심으로 돌이킬 수 없이 재편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화려한 외연과 달리, 오픈AI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거대한 삼중고(三重苦)의 덫에 갇혔다. 불안정한 수익 모델과 '거인' 구글의 거센 추격이라는 익숙한 과제에 더해, 대규모 투자가 필연적으로 불러온 '전력난'이라는 새로운 족쇄까지 채워진 형국이라고 대만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 아시아가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재 월스트리트가 주목하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6개 빅테크 기업은 모두 오픈AI와 직간접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가 핵심 투자자로 자금줄 역할을 하고, 애플은 자사 기기에 오픈AI의 모델 기술을 탑재했다. 알파벳의 구글 클라우드와 아마존 웹 서비스(AWS)는 각각 컴퓨팅 파워 제공과 개방형 모델 배포 채널로 참여하고 있으며, 메타 역시 오픈AI 모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오라클과 소프트뱅크 또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실상 '오픈AI 연합군'을 형성했다. 다만 테슬라처럼 일부 빅테크는 경쟁 또는 견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는 오픈AI의 성공과 실패가 개별 기업의 차원을 넘어 AI 산업 생태계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한다. 오픈AI가 AI 산업의 '생명줄'로 불리는 까닭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빅테크들의 자본과 공급망, 플랫폼이 과도하게 얽히면서 AI 산업 전체가 거품이나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 구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월가에서 나오고 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2023년 11월 이사회로부터 '솔직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축출됐다가 곧바로 복귀한 사건은 그의 리더십에 대한 불확실성을 남기며 이러한 불안감을 키웠다.
불안정한 수익 모델과 구글의 추격
오픈AI가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고, 둘째는 구글 '제미나이'와의 사활을 건 경쟁에서 기술 우위를 지켜내는 것이다.
오픈AI의 2025년 6월 기준 연간 환산 매출은 100억 달러(약 14조 원)에 이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 오픈AI의 세라 프라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르면, 매출의 약 70%가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발생하고 기업 부문은 30%에 그친다. 오픈AI의 대표 서비스인 챗GPT는 주간 활성 사용자 수가 7억 명을 넘어서며 압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지만, 소비자들은 언제든 더 나은 서비스로 갈아탈 수 있는 '변덕스러운' 고객층이다. 실제로 최근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 자리를 구글 제미나이에 내주며 위기감이 높아졌다.
이 지점을 경쟁사 구글이 날카롭게 파고들고 있다. 구글은 검색, 브라우저뿐 아니라 스마트 안경, 시계, 자동차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자사의 방대한 생태계에 AI를 깊숙이 통합하며 오픈AI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오픈AI로서는 충성도 높은 기업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기업 고객은 한번 관계를 맺으면 쉽게 이탈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지만, 현재 많은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솔루션을 통해 오픈AI의 기술을 간접적으로 쓰고 있다. 이는 오픈AI가 자체 브랜드로 직접 수익을 확대하는 데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하드웨어 승부수, '전력난'이라는 역설에 직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오픈AI는 하드웨어와 인프라 확장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오픈AI는 'AI 퍼스트' 기기 개발을 목표로 주머니 크기의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럭스셰어 정밀공업과 협력 중이며, 고어텍한테서 마이크 등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특히 전 애플 최고 디자인 책임자 조니 아이브가 설립한 하드웨어 스타트업 'io 프로덕츠'를 65억 달러(약 9조 원)에 인수한 것은 하드웨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야심을 명확히 드러낸 행보다.
여기에 엔비디아와의 1000억 달러(약 140조 원) 투자와 10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용 칩 공급 계약이 대규모 AI 인프라 확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적인 확장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전력 공급과 자원 확보가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미국 내에서도 전력망에 가해지는 추가 부담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어, 인프라 병목 현상이 오픈AI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데이터센터 확장, 맞춤형 반도체 개발, 차세대 소비자 기기 출시는 오픈AI의 청사진이다. 그러나 이 모든 구상이 단기간에 실질 매출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자금 조달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최근 오픈AI의 올트먼 CEO 스스로 AI 개발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과열'을 인정했고, 오픈AI의 브렛 테일러 이사회 의장은 "AI가 인터넷처럼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만들겠지만, 현재는 많은 이들이 큰돈을 잃을 수 있는 거품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발언은 오픈AI가 느끼는 극심한 압박감을 방증한다. D.A. 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기술 리서치 책임자가 엔비디아를 가리켜 오픈AI의 '최후의 투자자(investor of last resort)'일 수 있다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엔비디아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은 오픈AI가 기업용 AI 시장을 성공적으로 확장하고 로보틱스 기술 응용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다면 AI 산업 전체의 견고한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희망은 여전히 살아있다. 다만 그 과정은 지금껏 걸어온 길보다 훨씬 더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