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취임 이후 전임 정부의 주요 친환경 정책을 폐기하고 석유·가스 산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탄소세·전기차 의무제 후퇴
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카니 총리는 지난 3월 취임 후 저스틴 트뤼도 전 총리가 추진했던 탄소세를 철폐하고 오는 2035년까지 전기차만 판매하다록 한 의무 규정을 중단했다. 또 석유 파이프라인과 같은 인프라 사업에서 환경 규제를 무력화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키티맷에서 추진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기지 확장을 신속 승인 중인데 완공되면 세계 2위 규모인 연간 2800만t을 아시아에 수출할 수 있게 된다.
◇ 경제 악화·무역 충격
카니 총리가 이처럼 화석연료 중심 정책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경기 침체가 있다는 분석이다. 캐나다 경제는 올해 2분기에 위축됐고 실업률은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충격을 주면서 에너지 수출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를 에너지 초강대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 환경 목표 역행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캐나다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충돌한다. 캐나다 기후연구소는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40% 감축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유엔에 약속한 2050년 탄소중립 계획도 위태로워졌다. 기후단체들은 카니 총리가 중앙은행 총재 시절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했던 과거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단기적 경제논리에 매몰됐다”고 비판했다.
◇ 앨버타주 분리주의 압박
정치적 요인도 복잡하다. 석유 생산지 앨버타주에서는 연방정부의 환경 규제가 지나치다며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니엘 스미스 앨버타 주총리는 “오타와가 오일샌드 산업을 옥죄고 있다”며 규제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이르면 내년에 분리 독립 주민투표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탈탄소 원유’ 추진
카니 총리는 이를 달래기 위해 탄소포집저장(CCS) 프로젝트인 ‘패스웨이 얼라이언스’를 지원하고 있다. 앨버타 오일샌드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지하에 저장해 아시아 시장에 ‘탈탄소 원유’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2014년 카니가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면 대부분의 화석연료는 채굴 불가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 정반대 행보”라고 꼬집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