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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엘리엇의 ‘4조원 공세’에 흔들리는 펩시코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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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엘리엇의 ‘4조원 공세’에 흔들리는 펩시코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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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몬 라구아르타 펩시코 CEO. 사진=세계경제포럼

세계 2위 음료·스낵 제조업체 펩시코가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압박에 직면했다.

라몬 라구아르타 펩시코 최고경영자(CEO)가 10일(이하 현지시각)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달 펩시코 지분 40억 달러(약 5조7300억 원)를 확보하며 공개적으로 경영 개입 의사를 밝혔다.

FT는 엘리엇이 75쪽짜리 제안서에서 “북미 매출 둔화와 마진 축소, 복잡한 제품 포트폴리오가 코카콜라와의 경쟁에서 펩시코를 불리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엘리엇은 3년간 시가총액 약 400억 달러(약 57조 원)가 증발했다고 주장했다.

◇ 라구아르타 “장기 체질 개선 중”…엘리엇 “책임경영·이사회 개편 필요”


라구아르타 CEO는 지난 2018년 인드라 누이 전 CEO의 뒤를 이어 취임한 인물이다. 그는 유럽 출신 경영인으로 국제사업 확장을 주도했으며 트로피카나·네이키드주스 매각과 100억 달러(약 14조3000억 원) 규모의 신규 인수 등을 단행했다. 그러나 최근 북미 지역의 스낵·탄산음료 판매 부진과 감량 치료제 확산에 따른 소비 트렌드 변화로 실적이 흔들리고 있다.

FT는 라구아르타가 “단기 실적 중심 경영에 치우쳐 투자자 설득에 실패했다”는 내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전·현직 임원들은 “그가 부인 마리아와 회사의 주요 전략회의나 임원 워크숍 자리에 여러 차례 함께 참석해 논란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펩시코는 “마리아는 펩시코의 요리 관련 브랜드 홍보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펩시코는 “라구아르타의 리더십 아래 핵심 브랜드 투자와 비용절감, 해외시장 연 10% 성장세로 장기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반면 엘리엇은 펩시코의 이사회 구성을 “쇄신이 필요한 단계”라며 이사진 교체를 시사했다.

◇ “코카콜라보다 900억달러 뒤처져”…분사·매각 요구 거세져


FT에 따르면 펩시코의 시가총액은 현재 코카콜라보다 약 900억 달러(약 129조 원) 낮다. 엘리엇은 펩시코가 자체 보틀링 시스템을 유지하는 대신에 코카콜라처럼 독립 병입업체에 위탁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구(舊) 브랜드인 펄밀링 시럽·베이킹믹스, 캡틴크런치 시리얼 등 비핵심 식품사업을 매각하고 건강·프리미엄 간식 브랜드 인수에 재투자할 것을 요구했다.

일부 장기 주주들은 엘리엇의 제안에 동의하면서도 “현 경영진의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속도감 있는 실행을 촉구했다. 독일 플로스바흐폰스토르히의 카이 레만 매니저는 “엘리엇의 제안은 현재 경영진의 방향성과 일치하지만 펩시코는 더 큰 긴박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