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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최초 여성 총리 당선…시장 "경제정책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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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최초 여성 총리 당선…시장 "경제정책 기대"

하원 237표로 선출…적극적 재정정책 공약
닛케이 225 상승 마감·엔화 약세…ASEAN·트럼프 방일 등 외교 과제 산적
2025년 10월 21일 일본 도쿄 중의원 총리 선출 회의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10월 21일 일본 도쿄 중의원 총리 선출 회의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사진=로이터
일본 집권 자유민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 대표가 21일 일본 의회에서 제104대 총리로 선출돼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됐다. 적극적인 재정정책 공약을 내건 다카이치 총리 당선에 주가지수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은 긍정 반응했다.

◇과반 득표로 일본 최초 여성 총리 당선


다카이치는 임시 회기를 위해 소집된 후 하원에서 과반수 득표를 확보했다. 퇴임하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그의 내각은 오전에 전원 사임했다.

그녀는 하원에서 465표 중 237표를 얻어 결선 투표 없이 총리로 임명됐다. 상원에서는 첫 번째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에 1석 부족해 246표 중 123표를 얻었고, 주요 야당 대표 노다 요시히코와의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존경하는 64세의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140년 내각 정부 이후 일본 최초의 여성 지도자가 됐다. 그녀는 고(故) 아베 신조 총리와 가까웠으며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요구한다.

다카이치는 "단기로는 높은 물가에 직면한 시민의 생계 개선을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민감한 정치 의제인 국회 의석 축소 등 정치 개혁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이날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연립정권을 구성해 내각을 출범할 예정이며, 황궁에서 천황이 임명하면 공식으로 이시바의 뒤를 이을 것이다.

◇ 시장 반응: 닛케이 상승·엔화 약세


다카이치 총리 선출 소식에 일본 금융시장은 긍정 반응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전날에 비해 0.27%(130.567엔) 상승한 4만9316.06엔으로 마감했다. 특히 자동차와 중공업 등 제조업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보였다.

도쿄증권거래소의 한 애널리스트는 "다카이치의 적극적 재정정책이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됐다"면서 "특히 제조업체들이 그녀의 산업정책에 희망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 약세를 보였다. 엔·달러 환율은 151.31~151.32엔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전문가들은 다카이치의 재정 확대 정책이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즈호증권의 외환 애널리스트는 "다카이치는 아베노믹스의 적극적 금융완화를 지지해왔다"면서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 경제정책 방향과 시장 전망


다카이치는 경제정책 면에서는 아베노믹스의 적극적 재정 확대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대담한 금융완화와 재정지출 확대를 주장하며,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정책도 강조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카이치 정부가 내수 확대와 임금 인상을 통한 경제 선순환 구조 확립에 주력할 것"이라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육성과 경제안보 강화에도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다카이치의 재정정책에 대체로 긍정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국가채무는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260%를 넘어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이다.

SMBC닛코증권의 재정 애널리스트는 "재정 확대가 단기로는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로는 재정 지속가능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외교안보 정책 전망


외교적으로는 미·일 동맹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는 방위력 강화와 헌법 개정을 적극 주장해 왔으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지속하는 등 역사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한·일 관계에서는 역사 문제와 영토 분쟁에서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만큼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만 경제 협력과 안보 협력의 필요성을 고려해 실용적 접근을 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경제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 등 안보 현안에서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구체적인 정책 방향과 실행력이 평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6일 시작되는 아세안 정상회의와 27일 예정된 트럼프 미 대통령 방일에서 다카이치의 외교 역량이 첫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