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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시아산 원유 제재 강화…인도·중국 수입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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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시아산 원유 제재 강화…인도·중국 수입 급감

지난 2016년 3월 2일(현지시각) 인도 뭄바이의 한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광고판 앞에서 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6년 3월 2일(현지시각) 인도 뭄바이의 한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광고판 앞에서 쉬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의 전쟁자금줄을 끊기 위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하면서 인도와 중국의 주요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폭 줄이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인도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와 중국 국영 정유사들이 미국의 추가 제재 이후 대부분의 러시아 원유 구매를 중단하거나 연기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우크라이나와의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릴라이언스는 “정부 지침에 맞춰 수입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제재 발표 직후 국제유가는 5% 이상 급등했다. 인도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릴라이언스는 미국 금융제재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역시 정부 차원에서 국영 정유사들에 해상 운송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일시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민간 소규모 정유업체는 여전히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양국 간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가운데 나온 것으로 당초 부다페스트에서 예정됐던 미·러 정상회담이 취소된 직후 단행됐다. 푸틴 대통령은 “압박에는 어떤 나라도 굴하지 않는다”며 서방 제재의 실효성을 일축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관계자는 “필요할 경우 11월 말 장관회의에서 증산 논의를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 공식 논의는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감행한 2022년 이후 인도는 러시아 해상 원유의 최대 구매국으로 떠올랐다. 인도와 중국은 현재 러시아 전체 원유 수출의 약 80%를 차지하며 원유와 가스는 러시아 연방예산의 약 25%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릴라이언스는 지난해 로스네프트와 하루 50만배럴 규모의 10년 장기계약을 체결하며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그러나 미국의 이번 제재로 인해 러시아산 원유를 직접 구매하는 기업들은 달러 금융망 접근을 제한받게 됐다.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애널리스트는 “미국 금융시장 접근에 의존하는 정유사들은 다른 원유 공급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11월 21일까지 로스네프트와 루크오일과의 거래를 종료하라고 시한을 제시했다.

현재 인도는 하루 약 150만배럴, 중국은 약 200만배럴의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국영 정유사들에게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도록 비공식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분석기관 케플러의 수밋 리톨리아 애널리스트는 “인도 국영정유사들은 대부분 제3국을 통한 거래라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릴라이언스처럼 직접 거래를 하는 기업은 준법감시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외교부는 “에너지 안보와 가격 안정을 위해 다양한 수입원을 확보할 것”이라며 “적절히 공급원을 다변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을 약속했다”고 밝히며 양국 간 무역갈등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