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실리콘 디코드] 엔비디아, 'AI-양자' 하이브리드 시대 연다…NVQLink 공개

글로벌이코노믹

[실리콘 디코드] 엔비디아, 'AI-양자' 하이브리드 시대 연다…NVQLink 공개

미 에너지부와 7대 슈퍼컴 구축…17개 양자 기업 동참
큐비트 오류율 개선·확장성 확보…'제2의 쿠다' 생태계 겨냥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GTC 행사에서 공개한 AI 칩과 양자 컴퓨터를 연결하는 차세대 시스템 'NVQLink'. 이 기술은 큐비트 오류율을 개선하고 확장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진=엔비디아이미지 확대보기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GTC 행사에서 공개한 AI 칩과 양자 컴퓨터를 연결하는 차세대 시스템 'NVQLink'. 이 기술은 큐비트 오류율을 개선하고 확장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진=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석권한 엔비디아가 '꿈의 컴퓨팅'으로 불리는 양자 컴퓨터와의 연결을 위한 핵심 기술을 선보였다. 미래 기술 패권의 향방을 가를 차세대 슈퍼컴퓨팅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28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TC' 행사(AI 서밋)에서 양자 컴퓨터와 자사의 AI 칩을 연결하는 새로운 시스템 'NVQLink'를 전격 공개했다. 이 기술은 차세대 초고성능 슈퍼컴퓨터의 등장은 물론, 양자 컴퓨팅과 인공지능의 융합 혁신을 이끌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획기적인 처리 속도로 의학, 신약 개발, 재료 과학 등 인류가 당면한 난제 해결의 열쇠로 주목받는 양자 컴퓨팅 기술을 자사의 AI 생태계로 끌어들이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큐비트 오류' 난제 해결…수십만 개 확장 길 터


양자 컴퓨팅 기술이 연구실 단계를 넘어 실용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고전 컴퓨팅 장비와의 원활한 상호 연결이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아무리 뛰어난 양자 프로세서가 개발되더라도,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시스템을 제어하는 기존 기반(인프라)과 '소통'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NVQLink는 별도의 물리적 접속 방식(인터페이스)과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와 다양한 양자컴퓨팅 유닛(QPU)을 직접 연결하도록 설계했다. 즉, 기존 슈퍼컴퓨터의 강력한 GPU 병렬 연산 능력에 양자 컴퓨터의 연산력을 실시간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융합 접속 방식으로, 미래의 양자 기술을 자사의 검증된 기술력과 결합하는 핵심 하드웨어이자 소프트웨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NVQLink'로 이름 붙인 이 신기술이 차세대 슈퍼컴퓨터의 등장을 앞당기는 동시에, 양자 컴퓨팅의 최대 난제 중 하나인 '큐비트(qubit)'의 오류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큐비트는 양자 컴퓨터의 기본 정보 단위로, 외부 '잡음(노이즈)'에 극도로 민감해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이 오류를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것이 양자 컴퓨팅 상용화의 핵심이다.

황 CEO는 "이 기술은 현재 수준의 큐비트 오류를 수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를 위한 오류 수정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본질적으로 현재 수백 개 수준인 큐비트를 미래에는 수만, 수십만 개로 확장시킬 것"이라며 자사의 기술이 미래의 대규모 양자 컴퓨터 확장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엔비디아는 초기 협력사로 17개의 양자 컴퓨팅 전문 기업을 확보했으며, 이들과 함께 해당 기술을 지원하는 슈퍼컴퓨터의 구축 및 실증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황 CEO는 덧붙였다. 다만, 연설에서 구체적인 협력사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러한 움직임은 엔비디아가 독자 기술 개발을 넘어, 거대한 '양자-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AI 시장에서 '쿠다(CUDA)'라는 독자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해 개발자들을 묶어두며 철옹성을 구축한 엔비디아가,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도 비슷한 '묶어두기(록-인)' 전략을 구사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NVQLink를 채택하는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생태계 안에서 맞춤형 'AI+양자' 슈퍼컴퓨터를 구축할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협력 관계와 응용 제품, 서비스가 쏟아질 전망이다.

美 정부와 7대 슈퍼컴 구축…中과 기술 패권 경쟁 가속


과거 양자 컴퓨팅의 실용성을 두고 공개적으로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던 엔비디아가 태도를 바꾼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미 구글, IBM 등 거대 기술 기업들이 '양자-고전 혼합형(하이브리드)' 슈퍼컴퓨터 시장 진입을 선언한 가운데, 엔비디아는 AI와 양자 연결성의 본격적인 상용화 주도권을 확고히 하려는 전략이다. 수십 년간 이어진 연구가 결실을 맺어 양자 기술이 본격적인 상용화 궤도에 오를 경우, 자사의 AI 기술이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고 핵심 역할을 유지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번 발표는 미국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황 CEO는 연설 중에 엔비디아가 미국 에너지부(DOE)와 협력하여, NVQLink를 활용해 연방 정부 산하 첨단 연구소에 7대의 새로운 슈퍼컴퓨터를 건설할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이 사업은 신약, 신소재, 첨단 기술(하이테크) 산업에 필요한 초고성능 계산 능력의 상업화를 앞당기기 위한 조치다.

그는 차세대 슈퍼컴퓨팅 발전을 향한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며, "라이트 장관은 이 점을 이해하고 있으며, 에너지부가 이번 기회를 통해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미국이 과학의 최전선에 머무를 수 있도록 보장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 발표는 단순히 기술 개발 협력을 넘어, 미국의 국가 과학 역량 강화 사업에 엔비디아가 핵심 협력사로 참여한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양자 컴퓨팅 산업을 위한 잠재적 금융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관련 기업들과 초기 단계의 대화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행정부가 양자컴퓨터 산업 육성과 민관 공동 투자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이번 연방 연구소 도입 계획은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도 핵심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엔비디아의 이번 차세대 기술 발표는 경쟁사들의 발 빠른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전, 알파벳 산하 구글은 자사의 '윌로우(Willow)' 양자 컴퓨팅 칩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구글은 해당 칩에서 고전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능가하는 알고리즘을 성공적으로 실행했다고 밝혀, 세계 기술 패권 경쟁에 불을 지폈다.

NVQLink의 등장은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존 AI 슈퍼컴퓨터와 양자 기기(디바이스)의 혼합형(하이브리드) 환경을 실현하고, 고성능 기술이 의료, 금융, 에너지 등 산업 전반에 적용될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