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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쇼트’ 버리, 뉴스레터 ‘카산드라 언체인드' 발간…아마존 공매도·그린스펀 발언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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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쇼트’ 버리, 뉴스레터 ‘카산드라 언체인드' 발간…아마존 공매도·그린스펀 발언 소환

영화 '빅쇼트' 실제 주인공 마이클 버리(사진)가 24일(현지시각) 뉴스레터 '카산드라 언체인드'를 출간하기 시작했다. 그는 첫 뉴스레터에서 인공지능(AI) 거품 징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영화 '빅쇼트' 실제 주인공 마이클 버리(사진)가 24일(현지시각) 뉴스레터 '카산드라 언체인드'를 출간하기 시작했다. 그는 첫 뉴스레터에서 인공지능(AI) 거품 징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로이터

뉴욕 주식 시장을 인공지능(AI) 거품 우려에 따른 매도세로 몰아넣었던 마이클 버리가 24일(현지시각) 자신의 뉴스레터를 출범시켰다. 구독 기반 온라인 플랫폼의 이 뉴스레터 이름은 ‘카산드라 언체인드(사슬에서 풀려난 카산드라, Cassandra Unchained)”로 정해졌다.

그의 복잡하고 비관적이면서도 지나치게 간결한 시장 분석을 상세하고 깊이 있게 다루는 뉴스레터다.

버리는 첫 뉴스레터에서 지금 AI 붐이 왜 거품인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도 과거 ‘경제의 마에스트로’라는 별명이 있었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처럼 거품을 오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버리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해 막대한 부와 명성을 얻었다. 당시 그의 일화를 담은 영화가 ‘빅쇼트’이다.

기하급수적 성장 기대


버리는 2000년 닷컴 거품과 지금의 AI 거품이 여러 면에서 닮았다고 주장했다.

2000년에는 시장에서 ‘닷컴’자만 붙으면 주가가 폭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과도한 기대감이 그 배경이었다.

시장에서는 인터넷 보급률이 매년 두 배씩 증가하고, 아마존 같은 상거래 업체들이 모든 오프라인 소매점을 대체할 것이란 극단 전망도 나왔다.

AI 붐에 대한 기대도 비슷하다.
거대언어모델(LLM)의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해 조만간 범용 AI 시대가 도래하고, 이것이 피지컬 AI로 연결돼 모든 산업의 생산성을 수십 배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로 시장이 들썩거린다.

투자자들은 아직 수익이 나지 않는 AI 기업들에 과도하게 열광하고 있고, 이들 AI 관련주들의 밸류에이션이 치솟고 있다.

수익성 무시한 자본 지출


25년 전과 지금의 공통점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금의 수익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닷컴 기업들이 2000년 당시 아무런 수익도 없이 광고와 마케팅에 돈을 쏟아부었지만 투자자들은 시장 선점이 우선이라며 이를 용인했다.

통신사들은 인터넷 붐 기대감에 힘입어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을 위한 광섬유 케이블 설치 등에 대대적으로 투자했고, 결국 과잉 투자를 불렀다.

지금은 AI 개발과 운영을 위해 데이터센터와 GPU(그래픽 반도체)에 수십억 달러를 퍼붓고 있지만 제대로 수익을 내는 곳은 거의 없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수익성을 간과하고 있다.

빅테크, AI 스타트업들의 막대한 투자가 과연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버리는 닷컴 거품 당시 자신이 아마존을 공매도했다면서 이번에는 엔비디아나 팔란티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을 대거 매수했던 사실을 강조했다.

중앙은행의 오판


버리는 미 중앙은행인 연준도 상황을 오판해 거품을 키울 수 있음을 강조했다.

과거 그린스펀 의장이 주택 시장 거품 당시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파월 의장이 AI 거품 신호를 무시하고 사실상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은행 수장이 거품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면 이는 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버리에 따르면 그린스펀은 2005년 주택 가격 거품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장담했지만 2년 뒤 모기지(주택 담보 대출) 시장이 붕괴하면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다.

그는 그린스펀이 당시 주택 시장 과열을 간과하거나 무시했고, 이 때문에 거품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파월도 지난달 AI 거품 우려를 일축했다는 것이 버리의 주장이다.

버리는 파월이 10월 기자회견에서 AI 기업들은 실제로 수익성이 있고, 이는 과거 닷컴 거품 때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이는 과거 그린스펀이 그랬던 것을 연상시키는 “소름 끼치는 메아리”라고 비판했다.

속박 벗어난 카산트라


그가 뉴스레터 이름으로 따온 카산드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의 공주로 예언자로 유명하다. 사슬에서 풀려난 카산드라라는 뉴스레터 이름은 많은 함의를 담고 있다.

자신의 예측은 정확하며 카산드라와 달리 대중은 자신의 예언을 믿을 것이란 자신감도 보인다.

카산드라는 태양신 아폴론으로부터 예언 능력을 받았다. 매우 정확한 예언을 했다. 그러나 그는 아폴론의 구애를 거절한 대가로 저주를 받았다.

아폴론은 카산드라의 예언 능력을 앗아가는 대신 아무도 카산드라의 예언을 믿지 않도록 저주를 내렸다.

‘트로이의 목마‘를 성 안으로 들이지 말라고 예언하는 등 카산드라의 예언은 정확했지만 트로이 사람들은 믿지 않았고, 결국 트로이는 멸망했다.

버리는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정확하게 예측했지만 이 예측을 대다수 월스트리트와 정책 입안자들은 무시했다.

자신의 정확한 예측이 당시 무시됐던 것이 카산드라와 닮았음을 뜻한다.

버리는 그러나 이번에 뉴스레터를 시작하면서 자신을 스스로 속박에서 풀어버렸다. AI 거품론으로 관련 주가가 하락하면 이득을 보도록 설계한 자신의 헤지펀드를 해체한 것이다.

공시를 통해 지난 3분기 말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대규모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던 버리의 ‘사이언 자산운용’은 등록 해제됐다.

‘속박에서 벗어난 카산드라’ 버리는 이제 아무런 제약 없이 자신이 알고 있고, 믿고 있는 것들을 자유롭게 사람들과 소통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버리의 '카산드라 언체인드' 연간 구독료는 379달러(약 56만 원)로 정해졌다.

한편 이날 AI 관련주들은 급반등했고, 뉴욕 주식 시장 3대 지수도 동반 상승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