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내림 제로' 특허 공개…스펙 경쟁 대신 '착용감'에 사활
2026년 55만원대 '스크린 없는 안경'…메타·애플과 차별화
삼성전자가 최근 공개한 스마트 글라스 특허는 얼핏 가전제품 매뉴얼의 한 귀퉁이처럼 보인다. 핵심은 '풀리 앤 케이블(pulley-and-cable)' 힌지 시스템. 화려한 디스플레이나 AI 칩셋이 아닌, 이 기계적 부품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삼성전자가 웨어러블 시장의 최대 난제인 '착용감'을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이는 2032년 1조7000억 달러(약 2400조 원) 규모로 폭발할 XR(확장현실) 시장의 패권이 화려한 기술 과시가 아닌, '얼굴 위에서 얼마나 버티느냐'는 기본기에서 갈릴 것임을 간파했다는 신호다.2026년 55만원대 '스크린 없는 안경'…메타·애플과 차별화
'1시간의 법칙'…아프면 필패(必敗)
25일(현지시각) 얀코 디자인에 따르면 공개된 특허의 핵심은 안경다리(temple arms)의 '기계적 동기화'다. 사용자가 고개를 젖히거나 급하게 움직여 한쪽 다리가 틀어지면, 반대쪽 다리도 즉각 반응해 균형을 맞춘다. 기존 스마트 글라스들이 고개를 숙일 때마다 코 아래로 흘러내려 끊임없이 손으로 치켜올려야 했던 고질적 불편함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단순한 부품 개선이 아니다. 아무리 혁신적인 증강현실(AR) 기능을 탑재해도, 착용 1시간 만에 관자놀이에 통증(hotspots)이 느껴지거나 핏이 불안하다면 그 기기는 결국 외면받는다. 삼성은 이중 축(dual-axis) 힌지로 머리 전체에 압력을 고르게 분산시키는 설계를 택했다. 여기에 골전도 오디오, 시선 추적, 클립형 렌즈 특허까지 더하며 '기술 과시'가 아닌 '실사용 시나리오'에 기반한 체계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메타가 뚫고 삼성이 '완성도'로 장악
삼성전자는 2026년, 약 379달러(약 55만 원) 가격대의 제품으로 이 시장에 진입한다. 50g의 초경량 무게, 변색 렌즈, 1200만 화소 카메라에 구글 '제미나이(Gemini)' AI를 탑재해 실시간 번역을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젠틀몬스터, 와비파커 등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중이 공공장소에서 썼을 때 '괴짜'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즉 '기술 스펙'보다 '사회적 수용성'이 흥행의 열쇠임을 삼성이 인지했다는 뜻이다.
애플과 정반대…'화면 없는 안경' 역발상
삼성의 로드맵은 실리적이다. 2026년엔 디스플레이가 없는 '오디오·AI 중심' 모델을 먼저 내놓고, 화면 탑재 모델은 2027년으로 미뤘다. 당장 눈앞에 미래 기술을 띄우기보다, 소비자가 이 기기 형태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침투 전략'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스크린을 빼면서 배터리 효율과 발열 문제를 잡고, 최적의 핏(Fit)을 구현할 여유를 얻었다. 이는 삼성·구글·퀄컴 연합의 '투 트랙' 전략이기도 하다. 1799달러(약 260만 원)짜리 고성능 헤드셋(프로젝트 무한)으로 애플 비전 프로와 경쟁하되, 스마트 글라스로는 일상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몰입감 대신 '종일 착용하는 편안함'을 택해 24시간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힌지 특허 하나가 당장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진 않는다. 그러나 데모 영상에서만 빛나는 제품과 소비자의 일상을 파고드는 제품의 차이는 이런 '화려하지 않은 공학'에서 결정된다. 삼성은 지금 가장 기본적이고도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다. 편안하지 않은 웨어러블에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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