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 프로젝트’ 최종 승자는 사브 A26… 2030년 초도함 인도 러시아 위협 맞선 ‘발트해 동맹’ 강화가 결정적 승인
한화오션, 우수한 성능에도 지정학적 논리와 ‘갭필러’ 전략에 밀려
한화오션, 우수한 성능에도 지정학적 논리와 ‘갭필러’ 전략에 밀려
이미지 확대보기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각) 폴란드 바르샤바발 보도를 통해 폴란드 국방부가 발트해 방어 전력 강화의 핵심인 신형 잠수함 3척 도입 사업의 파트너로 스웨덴을 최종 낙점했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의 한화오션은 독일 티센크루프, 프랑스 네이벌그룹 등 유수의 경쟁자들과 함께 고배를 마셨으며, 폴란드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스웨덴과 강력한 ‘발트해 안보 동맹’을 구축하게 됐다.
최신예 A26 잠수함, ‘성능·납기·산업협력’ 3박자 적중
블라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웨덴이 제안한 조건이 작전 능력, 인도 시기, 산업협력 등 모든 기준에서 가장 우수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사브가 제안한 모델은 ‘A26 블레킹에(Blekinge)급’ 잠수함이다. 이 잠수함은 스털링 엔진 기반의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탑재해 수주 간 잠항이 가능한 재래식 잠수함의 최신 버전이다. 특히 해저 특수작전 수행을 위한 ‘다목적 포털(Multi Mission Portal)’을 갖춰 기뢰 탐색과 해저 케이블 보호, 특수부대 침투 지원에 특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브는 이번 계약을 통해 2014년 잠수함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첫 수출 실적을 올리게 됐다. 미카엘 요한슨 사브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에 “이번 선정은 사브에 있어 환상적인 이정표”라면서 “발트해 양안(폴란드-스웨덴)이 동일한 능력을 갖춘다는 것은 안보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폴란드 당국은 늦어도 2026년 2분기까지 본계약을 체결하고, 2030년에 첫 번째 잠수함을 인도받을 계획이다. 계약 규모는 약 100억 즈워티(약 4조 원)로 추산된다.
러시아 위협에 맞선 ‘발트해 동맹’과 ‘갭필러’ 전략
이번 수주전의 승패를 가른 핵심 요인은 단순한 기계적 성능을 넘어선 ‘지정학적 연대’와 ‘운용 공백 최소화’ 전략이었다.
이미지 확대보기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트해 연안국들은 해저 에너지 파이프라인과 통신 케이블 보호를 최우선 안보 과제로 삼고 있다. 마르티나 퀵 주폴란드 스웨덴 대사는 “이번 거래는 유럽이 스스로의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며 “폴란드와 스웨덴 해군 간의 상호운용성을 극대화해 북유럽과 발트해 지역 방어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스웨덴은 신형 잠수함이 건조되기 전까지 발생할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스웨덴 해군이 보유한 현용 잠수함을 즉시 훈련용으로 제공하는 이른바 ‘갭필러(Gap-filler)’ 방안을 제시해 폴란드 측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현재 소련제 구형 ‘킬로급’ 잠수함 1척(ORP 오제우)만을 운용하며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폴란드 해군에게는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여기에 스웨덴 정부가 폴란드산 무기, 구체적으로 대전차 유도무기 등을 역구매하겠다는 절충교역 조건을 내건 점도 주효했다. 코시니악-카미슈 장관은 “이번 협정은 폴란드 산업에 대한 투자와 기술 이전뿐만 아니라, 스웨덴이 폴란드 무기를 구매하는 상호 호혜적 내용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방산의 과제, ‘지리적 한계’ 넘을 정교한 전략 필요
한화오션은 장보고-III(KSS-III) 잠수함의 뛰어난 잠항 능력과 화력, 납기 준수 능력을 앞세워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그러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는 울타리 안에서 인접국인 스웨덴이 제시한 ‘안보 동맹’의 논리를 넘어서지 못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에 대해 한국 방산이 유럽 본토의 핵심 전략 자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가성비’나 ‘납기’를 넘어선 고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럽 방산 전문가는 “잠수함은 단순한 무기 체계가 아니라 국가의 전략적 자산”이라며 “유사시 즉각적인 지원이 가능한 인접국 스웨덴과의 협력이 폴란드 입장에서는 심리적, 전술적으로 더 안정적인 선택지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탈락이 한국 방산의 경쟁력 저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독일과 프랑스 등 전통의 잠수함 강국들도 고배를 마셨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폴란드를 제외한 캐나다, 필리핀 등 후속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는 한국의 강점인 건조 능력과 금융 지원 패키지가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브의 주가는 이번 수주 소식이 전해진 직후 2.6% 상승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폴란드와 스웨덴은 올해 말까지 세부 협상을 마무리하고 정부 간 협정(G2G) 형태로 최종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한화오션 vs 사브, 승패 가른 결정타는 ‘갭필러’와 ‘발트해 맞춤형 설계’
이번 수주전에서 한화오션과 사브의 제안은 잠수함의 운용 철학과 전략적 접근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크게 ‘잠정 전력(Gap-filler) 제공의 현실성’과 ‘작전 환경 최적화’에서 승부가 갈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가장 결정적인 격차는 전력 공백을 메울 즉각 대안, 이른바 ‘갭필러’ 솔루션에서 발생했다. 현재 운용 가능한 잠수함이 사실상 전무한 폴란드는 2030년 신형함 인도 전까지 승조원 기량을 유지할 훈련용 함정이 절실했다. 사브와 스웨덴 정부는 자국 해군이 운용 중인 잠수함을 즉시 대여해주겠다는 제안을 초기부터 강력하게 밀고 나갔다.
이에 맞서 한국 정부와 한화오션 역시 협상 막판, 해군에서 퇴역 시기가 도래한 1200t급 장보고함(KSS-I)을 정비 및 개량해 폴란드에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폴란드 당국은 지구 반대편에서 잠수함을 가져와야 하는 한국의 제안보다는, 지리적으로 인접해 즉각적인 인도가 가능하고 발트해라는 동일한 작전 환경을 공유하는 스웨덴의 잠수함이 운용 유지와 군수 지원(MRO)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고 현실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잠수함의 설계 사상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장보고-III 배치-II’는 3600t급 중형 잠수함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와 수직발사관(VLS)을 갖춘 ‘대양 작전(Blue Water)’에 최적화된 고성능 모델이다. 반면 사브의 A26은 약 2000t급으로 상대적으로 작지만, 평균 수심 50~60m에 불과한 얕고 복잡한 발트해 지형에 특화된 ‘연안 작전’ 모델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해저 가스관 및 통신 케이블 보호가 시급해지면서, 사브가 강조한 해저 특수작전용 ‘다목적 포털’ 기능이 폴란드 군 당국의 최신 요구사항(ROC)에 더 부합했다는 평가다.
성능 자체의 우열보다는 ‘발트해’라는 특수한 전장 환경과의 적합성, 그리고 인접국으로서 제공할 수 있는 신속하고 안정적인 군수 지원 능력이 한국의 고성능 스펙과 막판 물량 공세를 압도한 셈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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