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에 EUV 장비 막혀 발동동…야심작 '메이트 80' 결국 7나노 유턴
샤오미는 3나노 뚫었는데…2나노 질주하는 경쟁사들 등만 바라보는 신세
샤오미는 3나노 뚫었는데…2나노 질주하는 경쟁사들 등만 바라보는 신세
이미지 확대보기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미국의 강력한 제재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초 위기에 놓였다. 화웨이(Huawei)가 사활을 걸고 내놓은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 80(Mate 80)'이 5나노미터(nm) 공정 진입에 실패하고 구형 7나노 공정에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 화웨이의 생산을 전담하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중신궈지)가 미국의 기술 통제로 차세대 미세 공정 확보에 실패했음을 자인한 꼴이다.
4일(현지시각) 차이나타임스 등 대만 현지 언론과 외신들은 이를 두고 "SMIC의 5나노 참사"라 규정하며, 중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처참한 기술적 한계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지난달 말 화웨이가 전격 공개한 '메이트 80'은 출시 전부터 전 세계 테크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포위망 속에서 화웨이와 SMIC가 과연 5나노 공정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SMIC는 5나노 공정 추진 과정에서 기술적 난관에 봉착했고, 화웨이는 울며 겨자 먹기로 '메이트 80'에 기존 7나노 기반 칩을 탑재했다.
화웨이 측은 설계 최적화로 전력 효율을 20% 끌어올렸다고 항변하지만, 이는 공정 미세화 실패를 덮기 위한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냉정한 평가다.
EUV 없는 '반도체 굴기'의 민낯
이번 기술적 퇴보의 근본 원인은 첨단 반도체 생산의 '심장'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부재다.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하는 EUV 장비는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의 필수 열쇠지만, 미국의 수출 통제로 중국 반입이 원천 봉쇄됐다. SMIC는 구형 장비인 심자외선(DUV) 장비로 회로를 여러 번 겹쳐 그리는 '멀티 패터닝' 기술을 통해 7나노까지는 간신히 도달했다. 2년 전 화웨이가 7나노 칩을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깜짝 성과'로 불렸으나, 물리적 한계가 뚜렷한 DUV 장비로 5나노의 벽을 넘는 것은 '맨주먹으로 바위를 깨는 격'임이 이번 사태로 증명됐다.
외신들은 장비 제약 탓에 SMIC의 5나노 상용화가 불가능해졌으며, 중국 반도체 산업의 실력이 일부 향상됐음에도 선도 기업과의 격차는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이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 SMIC 7나노 공정에서 생산된 '기린 9000s' 칩의 성능은 3년 전 출시된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애플과 '마의 3년' 격차
이러한 성능 지표는 화웨이의 모바일 AP 기술력이 애플이나 퀄컴 등 글로벌 선두 주자들에 비해 약 3년가량 뒤처져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전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3나노가 표준이다. 애플과 삼성전자, 중국 경쟁사인 샤오미까지 모두 3나노 칩을 탑재하고 있다. 심지어 삼성전자와 애플은 내년 출시될 차세대 기기에 '꿈의 공정'이라 불리는 2나노 칩 탑재를 예고하며 기술 경쟁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 분석가들은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날로 정교해지는 상황에서 화웨이와 SMIC가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화웨이 스마트폰의 도태는 시간문제라고 경고한다. 경쟁사들이 3나노를 넘어 2나노로 진격하는 사이, 화웨이는 7나노 늪에 빠지면서 성능 격차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벌어질 위기에 처했다.
3나노 뚫은 샤오미, 희비 갈린 中
주목할 점은 같은 중국 기업인 샤오미의 행보다. 제재로 손발이 묶인 화웨이와 달리, 샤오미는 자체 개발한 3나노 칩 확보에 성공하며 대조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시장에서는 샤오미의 3나노 칩이 세계 1위 파운드리인 대만 TSMC에서 생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샤오미가 미국의 제재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선에서 TSMC와의 협력을 이끌어낸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외신은 미국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거론했으나, 현재까지 추가 제재는 없는 상태다. 다만 샤오미의 3나노 칩 역시 설계 노하우 부족 등으로 글로벌 리더들의 칩 성능과는 다소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메이트 80' 사태는 첨단 장비 없이 공정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도전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 제재라는 거대한 댐에 가로막힌 중국 반도체 산업이 '3년의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멀어지는 경쟁자들의 뒷모습만 바라봐야 하는 참담한 현실이 확인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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