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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美 애리조나에 '첨단 패키징' 긴급 투입…인텔 추격에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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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美 애리조나에 '첨단 패키징' 긴급 투입…인텔 추격에 '발등의 불'

"엔비디아 칩, 미국서 만들어 대만서 포장하는 비효율 끝낸다"…2027년 말 가동 목표
애플·테슬라 등 고객사 이탈 조짐에 전략 급수정…팹 부지 용도 변경해 CoWoS 라인 구축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는 당초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건설 중인 TSMC의 파운드리 공장을  반도체 전공정 팹(Fab) 위주로 계획했으나, 급증하는 AI 반도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첨단 패키징 라인을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사진=TSMC이미지 확대보기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는 당초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건설 중인 TSMC의 파운드리 공장을 반도체 전공정 팹(Fab) 위주로 계획했으나, 급증하는 AI 반도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첨단 패키징 라인을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사진=TSMC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 부지에 첨단 패키징 시설을 긴급하게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문이 폭주하는 상황에서, 핵심 공정인 패키징 병목 현상으로 인해 주요 고객사들이 경쟁자인 인텔(Intel)로 눈을 돌릴 조짐을 보이자 특단의 대책을 꺼내 든 것이다. 이로써 미국 내에서 반도체 제조부터 후공정(패키징)까지 일괄 처리하는 '완결형 생태계' 구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5일(현지시각) IT 전문 매체 WCCF테크는 대만 자유시보(Liberty Times) 등을 인용해, TSMC가 미국 애리조나 팹(Fab) 부지 중 일부를 첨단 패키징 시설로 전환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들었는데 포장을 못해"…기형적 공급망 수술


보도에 따르면 TSMC는 당초 칩 생산 공장(팹) 용도로 예약해 두었던 애리조나 부지를 첨단 패키징 라인으로 용도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목표 가동 시점은 2027년 말이다.

TSMC가 이처럼 '긴급 수정(Scrambles)'에 나선 배경에는 기형적인 물류 구조와 폭발적인 수요 불일치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NVIDIA)와 AMD 등 주요 고객사들은 미국 내 생산을 늘리고 싶어 하지만, TSMC의 미국 공장에는 칩을 최종 형태로 조립하는 첨단 패키징 시설이 전무하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인 '블랙웰(Blackwell)' 웨이퍼가 미국 애리조나에서 생산되더라도, 이를 다시 대만으로 항공 배송해 패키징 작업을 거쳐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CoWoS(Chip-on-Wafer-on-Substrate)'로 불리는 TSMC의 독자적인 패키징 기술이 AI 칩 성능 구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매체는 "미국 고객사들 사이에서 첨단 패키징에 대한 필요성이 극적으로 증가했다"며 "TSMC가 미국 내 패키징 시설 부족으로 인한 공급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계획을 앞당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초 TSMC는 미국 내 패키징 수요를 앰코테크놀로지(Amkor) 등 협력사에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으나, 고객사들의 요구 수준과 물량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맹추격…"고객사 뺏길라" 초비상


더 큰 문제는 경쟁사들의 추격이다. TSMC가 패키징 공급난을 겪는 사이, '타도 TSMC'를 외치는 인텔이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퀄컴(Qualcomm), 애플(Apple), 테슬라(Tesla) 등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TSMC의 대안으로 인텔의 첨단 패키징 기술인 'EMIB'와 '포베로스(Foveros)'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CoWoS 생산 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마냥 순번을 기다릴 수 없는 기업들이 인텔이라는 '플랜 B'를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TSMC 입장에서는 팹(전공정)에서 칩을 잘 만들어놓고도, 패키징(후공정) 병목 때문에 핵심 고객을 경쟁사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매체는 "TSMC가 애리조나 프로젝트를 가속화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고객사들이 '팀 블루(인텔)'의 패키징 솔루션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2027년, '메이드 인 USA' 반도체 완성되나


TSMC의 이번 결정으로 애리조나 팹은 단순한 생산 거점을 넘어, 미국 반도체 자립의 핵심 기지로 격상될 전망이다. 2027년 말 패키징 라인이 완공되면, 웨이퍼 생산부터 패키징까지 미국 땅에서 모두 해결하는 진정한 의미의 '현지 생산'이 가능해진다.

다만 시간은 TSMC의 편이 아니다. 2027년까지는 아직 2년의 시간이 남아있고, 그사이 인텔은 공격적인 영업으로 점유율 확대를 시도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애리조나 공장의 건설 비용 증가와 숙련된 인력 확보 문제 등 난관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SMC의 이번 행보는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고객사들의 압박, 그리고 경쟁사의 추격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TSMC가 애리조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