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 '트랜지스터 순간' 도달...본격적인 산업 혁명 문턱에 섰다

양자 기술이 초기 컴퓨팅의 변혁적 순간이었던 '트랜지스터 시대'와 유사한 중요한 분기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현지시각) 과학 전문매체 사이테크데일리에 따르면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새로운 논문은 양자 기술이 실험실 단계를 넘어 실제 환경에서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시스템을 대규모로 확장하는 것이 가장 큰 장애물임을 지적했다.


시카고 대학교, 스탠퍼드 대학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학교,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의 공동 연구진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양자 정보 하드웨어에 대한 광범위한 평가를 제시했다. 이들은 확장 가능한 양자 컴퓨터, 통신 네트워크, 감지 장치 개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과제와 새로운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사이테크데일리에 따르면 시카고 대학교의 데이비드 오샬롬 교수는 "양자 기술의 이러한 변혁적 순간은 트랜지스터 초창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리학의 기본 개념이 확립되었고, 기능적 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며, 이제 우리는 이 기술의 완전한 유틸리티 규모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파트너십과 공동 노력을 육성해야 한다"며 확장성 및 모듈형 양자 아키텍처의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저자들은 지난 10년간 기본적인 개념 증명 실험에서 통신, 감지, 컴퓨팅 분야에서 실제 활용 가능성을 가진 초기 단계 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해 왔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급속한 발전은 과거 마이크로전자공학을 발전시킨 협력 프레임워크를 반영하여 학계, 정부, 산업계 간의 협력 덕분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논문은 초전도 큐비트, 포획 이온, 스핀 결함, 반도체 양자점, 중성 원자, 광자 큐비트를 포함한 6가지 주요 양자 하드웨어 플랫폼의 현재 상태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챗GPT 및 제미나이와 같은 대규모 언어 AI 모델을 활용해 각 플랫폼의 기술 준비 수준(TRL: Technology Readiness Level)을 평가했다. TRL은 1(기본 원리 관찰)부터 9(운영 환경에서 검증)까지 기술 성숙도를 평가하는 척도이다.

평가 결과, 초전도 큐비트(양자 컴퓨팅), 중성 원자(양자 시뮬레이션), 광자 큐비트(양자 네트워킹), 스핀 결함(양자 감지)이 가장 높은 TRL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MIT의 윌리엄 D. 올리버 교수는 "오늘날 양자 기술의 높은 TRL은 최종 목표가 달성되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1970년대 반도체 칩이 TRL-9 수준이었더라도 지금의 첨단 집적 회로에 비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적었듯이, 현재의 양자 시스템도 상당한 시스템 수준의 시연을 보여주었을 뿐 완전한 가능성을 실현하려면 아직 상당한 개선과 확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자들은 양자 시스템의 효과적인 확장을 가로막는 포괄적인 과제들을 제시했다. 특히, 안정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파운드리 공정을 통한 고품질 장치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재료 과학 및 제조 분야의 발전이 시급하다.

가장 핵심적인 엔지니어링 병목 현상은 '배선 및 신호 전달'이다. 대부분의 플랫폼이 여전히 개별 제어 채널을 필요로 하는데, 시스템이 수백만 개의 큐비트로 확장될 때 단순히 배선 수를 늘리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는 1960년대 컴퓨터 엔지니어들이 직면했던 '숫자의 폭정(tyranny of numbers)'이라고 불리는 문제와 유사하다. 전력 전달, 온도 관리, 자동 교정 및 시스템 제어 역시 시스템 복잡도가 증가함에 따라 지속적인 발전이 요구되는 과제이다.

연구진은 이런 엔지니어링 요구 사항을 고전 전자공학의 역사적 교훈과 연결했다. 리소그래피 도입이나 새로운 트랜지스터 소재 개발 등 혁신적인 발전들이 산업 현장으로 옮겨가는 데 수년 또는 수십 년이 걸렸던 것처럼, 양자 기술의 발전 또한 유사한 흐름을 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문은 결론적으로 시스템 수준의 하향식 설계 전략, 성급한 고립을 피하는 개방형 과학 지식의 공유, 그리고 인내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내심은 많은 획기적인 발전에서 핵심 요소였다"고 밝히며, 양자 기술에 대한 기대 타임라인을 현실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