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타타랑벤처스 제치고 최대주주 등극…필리조선소 이어 '양 날개' 완성
캐나다 60조 잠수함·美 MRO 동시 공략…오커스 협력국 입증으로 NATO 시장 확대 기대
캐나다 60조 잠수함·美 MRO 동시 공략…오커스 협력국 입증으로 NATO 시장 확대 기대
이미지 확대보기이번 승인으로 한화는 기존 최대 주주인 호주 투자회사 타타랑벤처스(지분 19.28%)를 제치고 오스탈의 단일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차머스 장관은 "한화는 소수 주주로 남게 되며, 지분을 19.9% 이상으로 늘릴 수 없다"며 "민감한 정보 접근 제한 등 엄격한 조건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승인 이어 호주도 뚫었다…단계적 접근 전략 주효
한화그룹은 지난해 4월 오스탈 전면 인수를 처음 시도했으나 오스탈 이사회가 "규제 당국 승인이 불확실하다"며 거절했다. 이에 한화는 전략을 수정해 지난 3월 장외거래로 지분 9.9%를 먼저 확보한 뒤 단계적으로 지분을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한화는 호주와 미국 양국 정부에 지분 확대 승인을 신청했고, 지난 6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로부터 100%까지 지분 확대가 가능하다는 허가를 먼저 받았다. 이번 호주 정부 승인으로 양국 규제를 모두 통과하며 오스탈과 본격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호주 정부의 결정을 존중하며, 오스탈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해 한·미·호주 3국을 잇는 해양 방산 협력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오스탈 확보로 마스가 프로젝트 날개…미 해군 시장 본격 공략
한화가 오스탈 인수에 공을 들이는 핵심 이유는 오스탈이 미국 해군 군함을 직접 건조하는 미국 4대 핵심 조선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호주에 본사를 둔 오스탈은 앨라배마주 모바일과 샌디에이고에 조선소를 운영하며, 미 해군 연안전투함(LCS)과 원정고속수송선(EPF)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스탈 수익의 80%가량이 미국 시장에서 나온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1억 달러(약 1470억 원)에 인수한 필리조선소와 오스탈을 '양 날개'로 활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리조선소가 상선과 관공선 건조에 강점이 있다면, 오스탈은 특수선과 알루미늄 선체 기술 등 방산 분야에 특화돼 있어 상호 보완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 재건을 의미하는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상황에서, 한화의 오스탈 지분 확보는 시의적절한 행보로 평가받는다. 지난 10월 한미 양국은 1500억 달러(약 221조 원) 규모의 조선 협력 전용 펀드를 포함한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
일본 견제 뚫고 오커스 동맹 핵심 파트너 입증
이번 승인 과정에서 일본의 견제도 있었다. 호주 일간지 '더 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안'은 12일 일본 방위성이 호주 국방부에 서한을 보내 한화의 오스탈 지분 인수에 불안감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우려는 오스탈이 미쓰비시중공업과 협력해 호주 차기 범용 호위함 건조 사업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 8월 호주 정부는 미쓰비시의 모가미급 프리깃함 설계를 채택했으며, 오스탈이 이 군함 건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방위성은 성명을 통해 "일본 기술 정보와 지적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호주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왔다"며 "차세대 범용 호위함 공동 개발에 필요한 조치를 확고히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호주 정부의 최종 승인은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체제 아래서 한국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앞서 미국 CFIUS가 지난 6월 한화의 오스탈 투자를 승인한 것도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국 조선업의 역량을 신뢰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화오션, 3분기 영업이익 2898억 원…고부가 선종 중심 수익성 강화
한화오션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2898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32% 급증했다. 매출은 3조 234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1.8% 늘었다. 올해 누적 수주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7척, 컨테이너선 17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6척 등 총 41척으로 약 77억 달러(약 11조 37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IBK투자증권은 한화오션의 내년 매출을 12조 6948억 원, 영업이익을 7365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 17.8%, 영업이익 209.6% 증가한 수치다. 한국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14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상선 부문 수익성 개선과 특수선 부문 외형 성장으로 실적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스탈 지분 확보로 인한 직접 수익 기여는 제한적이지만, 미국 해군 MRO 사업 확대와 마스가 프로젝트 본격화로 장기 성장 동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필리조선소와 오스탈을 통해 미 해군이 필요로 하는 모든 선종과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며 "미국 함정 신조 건조와 MRO 사업 수주가 본격화되면 매출 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커스 공식 합류 발판…북극해 작전 능력 입증으로 글로벌 입지 확대
이번 오스탈 지분 확보는 한화가 오커스 핵심 국가인 호주의 전략 조선소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오커스는 미·영·호주가 2021년 출범시킨 안보 동맹으로,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첨단 군사 기술 협력을 목표로 한다.
호주 정부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오스탈 지분 확대를 승인한 것은 한국을 오커스 주변 협력국(Pillar 2)으로 인정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오커스 필러 2는 극초음속 무기, 인공지능, 사이버 안보 등 첨단 군사 기술 협력을 다루며, 최근 한국과 일본의 참여가 논의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미 미 해군 MRO 사업에서 실적을 쌓고 있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함' 정비를 수주한 이후, 급유함 '유콘함', 보급함 '찰스 드류함' 등을 연이어 수주했다. 지난달에는 영국 해군 호위함 'HMS 리치먼드', 캐나다 해군 초계함 'HMCS 맥스 버네이스' 정비도 완료했다.
대릴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15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양국 조선 협력이 한미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빠른 납기 능력과 검증된 함정 솔루션으로 미 군수지원함에서 전투함 MRO로, MRO에서 함정 신조 건조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60조 원 잠수함 사업 최종 후보…NATO 회원국 등 수주 파급 기대
한화오션은 최대 60조 원 규모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의 최종 후보로 선정되며 글로벌 방산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8월 한화오션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를 적격 후보로 선정했으며, 내년 3월까지 최종 제안서를 제출한다.
캐나다는 1998년 영국에서 도입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해 12척의 신형 잠수함을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잠수함 건조비만 240억 캐나다 달러(약 25조 원)이며, 30년간 유지·보수를 포함하면 총사업비는 300억 캐나다 달러(약 31조 원)를 넘는다.
한화오션은 KSS-III(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을 제안하며 '2035년 조기 인도'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정승균 한화오션 특수선 해외사업단장(부사장)은 "계약 체결 후 6년 이내 첫 잠수함을 인도할 수 있으며, 캐나다 목표인 2040년보다 5년 앞선 2035년까지 빅토리아급을 모두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달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 계기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방문해 장영실함에 직접 승함했다. 주한 영국 대사도 "영국 정부가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한화를 지지한다"고 공개 언급하며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캐나다 사업 결과가 폴란드 등 NATO 회원국(그리스 등)과 필리핀의 잠수함 도입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오션이 캐나다 사업을 수주할 경우, 한화시스템·LIG넥스원·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방위산업 생태계 전반에 수조 원 규모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세계적 지정학 불안으로 해군력 강화가 화두로 떠오른 지금, 한화의 이번 행보는 한국 조선업이 단순 선박 수출을 넘어 글로벌 안보 지형의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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