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 모든 기지를 표적으로 삼는 중국의 미사일 국가 전략으로 드러난 미중 군사 균형의 붕괴와 고조되는 동아시아-태평양 전쟁 위기
이미지 확대보기전쟁의 얼굴이 바뀌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은 더 이상 무역 분쟁이나 기술 경쟁이라는 언어로 설명되기 어렵다. 그것은 전쟁의 양상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 충돌이며, 그 변화는 이미 군사 전략의 핵심 영역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대표적인 변화가 바로 미국의 폭스뉴스가 지난 12월14일 보도에서 중국의 미사일 급증이 태평양 지역의 모든 미군 기지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한 것을 들 수 있다.
중국이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해 온 대규모 지상 기반 미사일 전력은 단순한 군사력 증강이 아니라, 미국이 주도해 온 전후 국제 질서의 작동 방식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항공모함과 전진 기지, 공중 우세라는 기존의 미군 작전 개념은 이제 더 이상 절대적인 전제가 아니다. 미사일이 하늘을 가르기 전에 전쟁의 승패가 결정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중국의 로켓군 중심 전략은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병력과 기동이 아니라 거리와 지속성, 그리고 초기 타격에서의 생존 능력이 전쟁의 성패를 가르는 시대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미중 양국의 군사 교리 차이를 넘어, 세계 질서 전반이 어떤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징후다.
미국 중심 질서의 구조적 취약성
냉전 이후 미국이 구축해 온 국제 질서는 항공력과 해군력, 그리고 동맹 기지망을 결합한 전진 배치 전략에 기반해 왔다. 미국은 공중과 해양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통해 분쟁을 억제하거나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왔다. 그러나 중국의 미사일 전력 증강은 이 질서의 약점을 정확히 겨냥한다. 공항과 항만, 보급 기지라는 고정된 자산은 미사일 시대에 가장 취약한 목표가 된다.
이는 단순히 군사 기술의 발전 문제가 아니다. 미국식 질서는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기지와 동맹국의 정치적 동의라는 두 축 위에서 작동해 왔다. 중국의 전략은 이 두 축을 동시에 흔든다. 군사적으로는 기지의 생존성을 위협하고, 정치적으로는 동맹국들에게 분쟁 초기부터 직접적인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동맹의 자동성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개입 의지를 시험하는 전략적 압박으로 작동한다.
중국이 선택한 비대칭의 길
중국은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 항공모함 전단이나 글로벌 기지망을 단기간에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중국 지도부는 오래전부터 인식해 왔다. 대신 중국은 자신이 가진 지리적 이점과 대륙 국가라는 특성을 활용해 비대칭 전략을 선택했다. 지상 기반 미사일은 그 핵심이다.
이 전략의 목표는 미국을 완전히 격파하는 것이 아니라, 개입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끌어올리는 데 있다. 전쟁 초기에 미군의 기지와 전력을 마비시키고, 항공기와 함정이 안전하게 접근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미국의 전략적 선택지는 급격히 줄어든다. 이는 군사적 승패 이전에 정치적 결단을 흔드는 방식의 패권 경쟁이다.
동아시아가 중심 전장이 되는 이유
이러한 미중 전략 경쟁의 중심에 동아시아가 놓여 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동아시아는 중국의 안보 이해가 가장 직접적으로 걸려 있는 지역이며, 동시에 미국의 동맹 질서가 가장 촘촘하게 구축된 공간이다.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동중국해는 각각 별개의 분쟁 지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전략적 연쇄로 연결돼 있다.
중국의 미사일 전력은 이 연쇄 전체를 포괄하는 억제망을 형성한다. 제일도련선과 그 너머까지 확장되는 사거리 능력은 미국의 작전 공간을 단계적으로 축소시킨다. 이는 동아시아에서의 군사 충돌이 국지전에 머물 가능성을 낮추고, 초기부터 고강도의 전략적 대결로 비화할 위험을 높인다.
동맹의 의미가 바뀌는 순간
미중 패권 경쟁이 동아시아 질서에 던지는 가장 큰 변화는 동맹의 성격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동맹은 후방 지원과 정치적 연대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미사일 전쟁의 시대에는 동맹국의 영토가 곧 전장이 된다. 기지를 제공하는 순간, 그 국가는 분쟁의 직접 당사자가 된다.
이 때문에 미국은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단순한 군사 협력 차원을 넘어 정치적 신뢰와 전략적 공감의 문제로 재정의하려 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은 동맹국들이 그러한 선택을 주저하도록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는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중립이라는 선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대응과 그 한계
미국은 중국의 미사일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장거리 타격 능력과 다영역 작전 개념을 강화하고 있다. 지상에서 발사되는 장거리 미사일과 해저에서 은밀하게 운용되는 잠수함 전력은 미국이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중요한 우위다. 그러나 이러한 우위 역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시간과 지속성이다. 단기간의 충돌에서는 기술적 우위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장기전으로 갈 경우 산업 생산력과 정치적 결속이 결정적 변수가 된다. 중국은 대륙 깊숙한 곳에서 미사일 전력을 유지하며 장기전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미국이 이에 대응하려면 군사력 증강뿐 아니라 동맹 관리와 정치적 리더십이라는 복합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확전과 억제 사이의 위험한 균형
미중 간 미사일 경쟁이 내포한 가장 큰 위험은 확전의 가능성이다. 중국 본토의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것인가, 아니면 제한된 범위에서 방어에 집중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군사 선택이 아니라 핵 억제와 직결된 정치적 판단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상당한 비용과 위험을 수반한다.
이는 핵 시대 이후 국제 질서가 안고 있는 근본적 딜레마를 다시 드러낸다. 전쟁은 제한되기를 원하지만, 제한된 전쟁이 반드시 통제 가능하다는 보장은 없다. 미사일 전력의 집중은 오히려 초기 판단의 오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한국이 마주한 전략적 함의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의 위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대응 전략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구조적 흐름을 정확히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미중 패권 경쟁은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점점 좁히고 있으며, 동시에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한국에게 중요한 것은 단기적 군사 대응보다 장기적 질서 변화에 대한 이해다. 미사일 중심 전쟁의 시대에 한국의 영토와 기지가 갖는 의미, 그리고 동맹과 자율성 사이의 균형은 단순한 정책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의 문제로 다가온다. 한국은 직접적 충돌을 피하면서도 전략적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교적, 군사적, 산업적 준비를 병행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새로운 질서의 문턱에서
중국의 미사일 급증은 단지 하나의 군사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미중 패권 경쟁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이며, 세계 질서가 더 이상 기존의 규칙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경고다. 동아시아는 이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앞으로의 국제 질서는 항공모함의 크기나 병력 수보다,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국가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가 결정하게 될 것이다. 미사일이 지배하는 시대는 힘의 논리를 더욱 냉혹하게 만들고 있다. 그 문턱에서 각 국가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으며, 그 선택의 무게는 앞으로 수십 년의 질서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