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주도권 약화 속 비전문가 무더기 진입…미국만 올해 263조 원 신용거래
“실수요 없는 순환투자” 버블 우려…한국 시장도 2028년 10조 원 규모 급성장
“실수요 없는 순환투자” 버블 우려…한국 시장도 2028년 10조 원 규모 급성장
이미지 확대보기재생에너지 업체·방송인까지 데이터센터 건설 나서
이탈리아 재생에너지 사업자 로렌조 아벨로는 데이터센터 경험 없이 미 75만 가구 전력량인 1.5GW 규모 건설을 추진 중이다. 설립 1년 차인 그의 회사는 500억 유로(약 86조 원)를 투입해 유럽 최대 운영사를 노린다. 캐나다에선 ‘샤크탱크’ 진행자 케빈 올리어리가 17GW 건설에 나섰고, 암호화폐 기업 비트디어도 “코인보다 안정적”이라며 미국 오하이오에 570MW 센터를 짓고 있다.
올해 미국 데이터센터 신용거래는 1785억 달러(약 263조 원)에 달했다. 하지만 개발 주체는 빅테크에서 금융·신규 사업자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빅테크들이 부채 부담을 피하려 직접 건설 대신 리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제 메타는 특수목적회사를 통해 300억 달러(약 44조 원)를 부채 항목 밖에서 조달했고, MS는 “과잉 건설이 예상된다”며 600억 달러(약 88조 원) 이상 리스 계약을 체결해 위험을 외부에 분산했다.
실수요 없는 '순환 투자'…과잉건설 경고 잇따라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으로 10년 넘게 데이터센터를 추적해온 플랫포모노믹스의 찰스 피츠제럴드는 "개발 중인 프로젝트 상당수가 빛을 보지 못할 것"이라며 "고객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 공동창업자 하워드 막스는 시간이 지나면 과잉건설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빅테크들이 리스 계약에 유연성을 확보해 두면서 수요가 줄 경우 시설 소유자들이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2월 텍사스 전 주지사 릭 페리가 공동 창업한 페르미가 투자등급 임차인이 1억5000만 달러(약 2216억 원) 규모 계약을 취소했다고 공시하자 주가가 46% 폭락했다.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도 급성장…2028년 10조 원 전망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민간 데이터센터 시장은 올해 6조 원을 넘어선 뒤 2028년 10조1900억 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13.13%에 이른다.
경북도는 지난 18일 구미시·퀀텀일레븐 컨소시엄과 구미 첨단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업비 4조5000억 원이 투입돼 2029년까지 1.3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가 구축된다.
국내 데이터센터 수전 용량은 올해 1.9기가와트에서 2028년 4.8기가와트로 늘어날 것으로 세빌스코리아는 전망했다. 다만 전력 수급과 수도권 집중 문제가 과제로 지적된다.
증권가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국내 반도체와 전력기기 업체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론이 지난 17일 2026회계연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7% 급증한 136억4000만 달러(약 20조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LS일렉트릭은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공급 70%를 차지하며 북미 시장 수주액이 8000억 원을 넘어섰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제 수요를 확인하지 않은 무분별한 투자 확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알리바바그룹 차이충신 회장은 지난달 홍콩 HSBC 글로벌 투자 서밋에서 "버블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그만큼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