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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AMD와 5년 동맹 마침표… 2027년 'GPU 독립'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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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AMD와 5년 동맹 마침표… 2027년 'GPU 독립' 승부수

갤S28 탑재 '엑시노스 2800'부터 독자 설계 아키텍처 적용 "퀄컴·애플 넘는다“
기술 인재 영입, 수석급에 4억 원 베팅하며 '인재 수혈'
모바일 넘어 로봇·자율주행·AI 칩(ASIC)까지… '실리콘 주권' 확보 전략
삼성전자가 2026년 초 출시할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26 시리즈에 탑재할 자체 모바일 AP ‘엑시노스 2600’.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2026년 초 출시할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26 시리즈에 탑재할 자체 모바일 AP ‘엑시노스 2600’.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기술 독립'을 선언했다. 그래픽 처리를 담당하는 GPU 분야에서 지난 5년간 이어온 AMD와의 협력을 끝내고, 2027년부터 독자 기술로 승부를 띄운다. 이는 단순한 부품 내재화를 넘어 AI와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 주도권을 쥐겠다는 '실리콘 주권' 확보 전략으로 풀이된다.

25(현지시간) 샘모바일 등 주요 외신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오는 2027년 양산할 '엑시노스 2800(가칭)'부터 자체 개발한 GPU 아키텍처를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칩은 2028년 출시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8' 시리즈에 탑재한다.

AMD와 결별, '홀로서기' 선택한 속내


삼성은 지난 2019AMD와 파트너십을 맺고 2022년부터 엑시노스 칩에 AMD'RDNA' 아키텍처 기반 GPU를 탑재해 왔다. 그래픽 성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 S25 시리즈의 '엑시노스 2500'과 차기작인 '엑시노스 2600'까지는 여전히 AMD GPU를 사용한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은 뚜렷하다. 삼성 시스템LSI사업부는 오는 2027년 양산 목표인 엑시노스 2800(가칭)부터 독자 개발 GPU를 탑재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 칩은 2028년 출시할 갤럭시 S28 시리즈의 두뇌 역할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내부에서 더는 외부 IP(설계자산)에 의존해서는 애플이나 퀄컴과의 성능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본다.

연봉 4'인재 블랙홀'R&D 총력전


삼성은 독자 생존을 위해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 나섰다. 지난 3년간 글로벌 반도체 기업 출신 GPU 엔지니어를 대거 채용했다. 주요 수석급 엔지니어에게는 연봉 3~4억 원을 제시하며 인력을 확보했다.

특히 주목할 인물은 최근 영입한 존 레이필드다. 그는 AMD, 브로드컴, 인텔을 거치며 모바일과 AI 칩 설계를 주도한 GPU 분야의 거물이다. 삼성은 레이필드를 필두로 미국 오스틴과 새너제이 연구소(SARC/ACL)를 중심으로 자체 아키텍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결정은 스마트폰 성능 최적화를 넘어선 중장기 포석이다. 자체 GPU 아키텍처를 확보하면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스마트 글라스(XR) 등 다양한 플랫폼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빅테크 기업들이 요구하는 맞춤형 AI 반도체(ASIC) 시장에서 브로드컴이나 마벨과 경쟁할 기술적 토대도 마련하게 된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높다. 현재 전 세계에서 자체 GPU 아키텍처를 성공적으로 상용화한 기업은 엔비디아, AMD, 퀄컴, 애플, ARM 등 극소수다. 수십 년간 축적한 특허 장벽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단기간에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반도체 업계 한 전문가는 "삼성의 GPU 내재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다"면서도 "2027년까지 퀄컴의 '아드레노'나 애플의 GPU에 필적하는 전력 효율을 확보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이번 소식을 장기적 호재로 보면서도 신중한 반응이다. 과거 '엑시노스 2200' 공개 당시 기대감이 컸으나 실제 성능 문제로 주가가 약세를 보인 학습효과 때문이다. 시장은 단순한 '개발 선언'보다 실제 '성능 검증' 결과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독자 개발 GPU의 실질적인 벤치마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주가는 기대와 우려 속에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