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사모펀드 업계가 보유 자산을 외부에 매각하는 대신 같은 운용사가 관리하는 다른 펀드에 넘기는 이른바 ‘자기 매각’ 거래를 사상 최대 규모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구 시장 침체로 원하는 가격을 받기 어렵다는 판단 속에 자산 보유 기간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이해상충 논란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사모펀드 매각 거래 가운데 약 5분의 1이 ‘연속 펀드(continuation vehicle)’를 활용한 거래였다고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연속 펀드는 기존 펀드가 보유한 자산을 같은 운용사가 새로 조성한 펀드가 인수하는 구조다.
FT에 따르면 레이먼드 제임스의 수나이나 신하 할데아 사모자산자문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이 비중은 지난해 12~13%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라며 “올해는 모든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하 할데아 책임자는 올해 연속 펀드를 통한 거래 규모가 1070억 달러(약 154조401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700억 달러(약 101조1000억 원)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에서 유럽 지역 관련 거래를 총괄하는 스킵 파흐홀츠도 올해 전 세계 연속 펀드 거래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44조3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 매각 대신 ‘보유 연장’ 선택
연속 펀드 거래는 사모펀드가 기존 펀드 투자자들에게 일부 현금을 돌려주면서도 자산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다만 동일한 운용사가 매도자와 매수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이해상충 우려가 제기된다.
유럽 사모펀드 운용사 PAI파트너스는 아이스크림 업체 프로네리의 기업가치를 150억 유로(약 25조4700억 원)로 평가하고 보유 지분 일부를 연속 펀드에 넘겼다. 프로네리는 미국에서 하겐다즈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이다.
비스타에쿼티파트너스와 뉴마운틴캐피털, 인플렉션 등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연속 펀드를 활용해 핵심 투자자산 일부를 이전했다.
◇ 연기금 등 투자자 ‘이해상충’ 경계
반면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은 이런 거래 방식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동일한 사모펀드 운용사가 자산 가치를 낮게 평가해 기존 투자자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기존 투자자들에게 연속 펀드로 지분을 넘길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고 신규 투자자들이 가격 산정에 참여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개별 기업 가치 평가에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이를 충분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부다비투자위원회는 최근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에너지앤드미네랄스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국부펀드는 해당 운용사가 가스 개발업체 어센트리소스를 연속 펀드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낮게 책정해 기존 투자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거래는 결국 중단됐고 이후 복수의 투자자들이 어센트리소스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 전통적 출구 전략 선호 여전
연속 펀드는 과거에는 매각이 어려운 자산의 ‘최후 수단’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성과가 좋은 기업을 더 오래 보유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출구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최근 조사에서 사모펀드 투자자의 약 3분의 2가 기업 공개나 외부 매각을 통한 전통적인 방식의 출구 전략을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