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CS 회원국 통화가치 3년새 70% 증발
식료품 72% 급등…국민 절반 굶주림 위기
'1979년 이슬람혁명 후 최악' 전국 시위 확산
식료품 72% 급등…국민 절반 굶주림 위기
'1979년 이슬람혁명 후 최악' 전국 시위 확산
이미지 확대보기베트남 경제매체 카페에프(CafeF)는 지난 13일(현지시각) 이란 통화가 지난해 12월 말 달러당 140만 리얄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145만 리얄까지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2년 당시 약 43만 리얄이었던 환율 수준과 비교하면 3년 만에 통화가치가 약 70% 증발한 것으로, 2015년 핵 합의 당시 달러당 3만2000리얄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0년 만에 화폐 가치가 44분의 1로 쪼그라든 셈이다.
물가 폭등에 민생 붕괴
급격한 환율 하락은 곧바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란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평균 42.5%에 달했다. 2024년 33%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다. 이란 통계청도 지난해 12월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42.2%를 기록해 전월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품목별로는 식료품 가격이 1년 새 72%, 보건 및 의료용품은 50% 급등했다. 밀과 식용유, 의약 원료 등 필수품을 대량 수입에 의존하는 이란은 리얄 폭락으로 수입 비용이 급등했고, 이는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직결됐다. 여기에 지난 5년간 지속된 가뭄으로 국내 농업 생산이 감소하면서 고가의 수입품 의존도가 더욱 커졌다.
이란 언론은 2022년 인구의 절반이 기본 신체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하루 2100칼로리 섭취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빵과 식용유, 의약품 같은 기본 품목이 사치품으로 전락하면서 이란 사회의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다.
제재와 전쟁이 부른 악순환, 정책 실패가 위기 가속화
이란의 경제 위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가장 큰 원인은 서방의 경제 제재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한 이후 이란 경제는 다시 압박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이란과 이스라엘 간 약 12일간 무력 충돌이 발생했고, 이스라엘은 공습을 통해 이란의 핵 인프라 대부분을 파괴했다. 이후 지난해 9월 유엔은 핵 합의 위반 시 제재가 자동 복원되는 '스냅백(snapback)' 메커니즘을 발동했다.
제재로 인해 이란의 주요 수입원인 석유 수출도 위축됐다. IMF 추정에 따르면,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1년간 약 18% 하락해 배럴당 약 60달러(약 8만8600원)에 불과하다. 이는 국가 예산 균형을 맞추는 데 필요한 배럴당 165달러(약 24만3800원)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이란은 주로 지하 거래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 정유업체에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석유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정책 실패도 위기를 키웠다. 이란 정부가 특정 집단에 수입품을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단계별 환율 정책은 금융 시스템을 더욱 왜곡하고 부패의 기회를 만들어 대중의 분노를 부추겼다. 공식 환율은 달러당 4만2000리얄 수준이지만, 실질 가치를 반영하는 암시장 환율은 145만 리얄에 달해 약 34배 차이가 난다.
이란 정부는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화폐 발행량을 늘리고 국채 이자 부담을 면하려고 금리를 물가상승률보다 낮게 유지하는 등 근시안적 정책을 펼쳤다. 이란의 은행들은 정부 주도 프로젝트에 투자하거나 부실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많아 대다수가 대출금 회수를 못 하는 '좀비 은행' 상태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연료 보조금 정책을 조정하면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해 국민과 기업에 추가 부담을 주었다.
1979년 혁명 이후 최대 시위
누적된 경제적 불만은 지난해 12월 28일 전국 시위로 폭발했다. 이는 2022년 '히잡 시위' 이후 최대 규모다. 테헤란의 상점 주인들과 바자르 상인들로부터 시작된 시위는 곧 대학교로 퍼졌고, 전국 각지의 학생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전 시위가 특정 사회·정치적 사건에서 비롯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물가, 점점 열악해지는 생활 여건 등 경제적 현실에서 비롯됐다. 이로 인해 중산층과 근로자, 학생부터 소규모 기업까지 모든 계층이 보수든 진보든 가리지 않고 참여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해 12월 29일 모하마드 레자 파르진 중앙은행 총재를 화폐 가치 폭락 책임을 물어 경질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같은 날 시위대의 요구를 "합리적"이라고 인정하며 보안군에 자제를 촉구했다. 반면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더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이란 사법당국은 시위에 법적 대응을 경고했고, 정부는 12월 31일 하루를 임시 공휴일로 발표해 사실상 나흘간 국가를 봉쇄했다.
막대한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도 미국과 동맹국의 수십 년간 제재로 국제 시장에 자유롭게 석유를 판매하지 못하는 이란은 2024년 1월 1일 브릭스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했지만, 경제 위기 해결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와 현대 기술이 부족한 이란 경제는 점차 뒤처지고 있으며, 인프라는 악화되고 농업은 물 부족 위기와 경영 부실로 둔화되고 있다.
이란 의회는 지난해 10월 리얄 화폐 단위를 변경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화폐 단위에서 0을 4개 없애 1만 리얄을 1리얄로 만드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현재 10만 리얄짜리 지폐는 새 화폐 단위로는 10리얄이 된다. 2년 준비 기간을 거쳐 구권과 신권을 3년간 함께 사용하면서 점차 새 화폐로 바꿔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질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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