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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 설날 보너스가 사라진다...직원 4명 중 1명은 '올해 한 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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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 설날 보너스가 사라진다...직원 4명 중 1명은 '올해 한 푼도 없다'

이윤율 압박·수요 침체에 민간 제조업체 직격...보너스 공개 금지령까지
AI·전자상거래 기업은 70% 늘리는데...공장들은 춘절 생산도 일찍 중단
중국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의 사무실 건물들을 바라보는 전망대에 사람들이 서 있다, 2025년 11월 12일.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의 사무실 건물들을 바라보는 전망대에 사람들이 서 있다, 2025년 11월 12일. 사진=로이터
중국 직장인들의 설날 보너스가 빠르게 쪼그라들고 있다. 몇 년 전 소셜 미디어가 거액 보너스 자랑으로 넘쳐났던 것과 달리, 이제는 보너스 얘기 자체가 사라지는 분위기다.

응답자의 4명 중 1명은 아예 보너스를 못 받는다고 답했다. 성장 둔화, 이윤율 압박, 대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보너스는 점점 작아지고 불균등하게 배분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글로벌 인력 컨설팅 회사 랜드스타드가 발표한 '2026년 시장 전망 및 급여 보고서'에서 응답자의 26%가 2025년 연말 보너스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급액의 거의 절반은 한두 달치 급여 수준에 그쳤다.

많은 기업들은 직원들이 보너스 세부 사항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을 아예 금지하기도 했다. 기술·부동산 호황기에 직원들에게 쏟아지던 후한 보너스와 호화로운 선물은 이제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민간·외국 기업 모두 긴축...공공 부문도 예외 없어


광저우의 구직자 에코 루오는 "AI 및 인터넷 기업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산업에서 연말 보너스가 지급되지 않거나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성장 전망이 있는 기업들 중에서도 소수의 사업부만 인원 증가를 계획하고, 대다수 부서는 채용을 동결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공공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광저우의 기초 공무원 자오신은 "올해 한 달치 급여에 해당하는 성과 기반 보너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의 부서는 최근 몇 달간 비정규직 직원을 지속적으로 줄였으며, 인력 부족과 예산 축소가 지역 부서 전반에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 기업들도 과거의 '복리후생 선도자' 지위를 내려놓고 있다. 독일 화학 회사의 인사 매니저 스텔라 우는 "중국 부문은 위안화 기준으로 목표를 달성했지만, 유로화로 환산하자 본사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사 급여 동결에 이어 2026년에는 3~5%의 소폭 임금 인상만 재개했다.

JD닷컴 70% 늘리고, 드림은 금까지 지급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뚜렷하다. 전자상거래 거대 JD닷컴은 연말 보너스 지출이 전년 대비 약 70% 증가했으며, 직원의 90% 이상이 목표 금액을 전액 또는 초과해 받았다고 밝혔다.
스마트 하드웨어 제조업체 드림 테크놀로지는 정규 보너스 외에 직원 1명당 순금 1그램을 추가 지급해 눈길을 끌었다. 2017년 설립된 이 회사는 AI 알고리즘과 모션 컨트롤 분야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며 자동차 동력 시스템과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산업 간 보너스 격차가 커지는 것은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와 맞닿아 있다. 첨단 제조업과 전자상거래 등 전략적 신흥 부문은 지속적인 정책 지원을 받으며 전통 제조업과 소비재 산업을 능가하고 있다.

공장들 주문 없어 춘절 생산 조기 중단


전통 제조업체들이 처한 상황은 더 가혹하다. 과잉 생산 능력, 약한 국내 수요, 치열한 경쟁이 겹치면서 보너스 삭감은 기업이 가장 먼저 꺼내 드는 비용 절감 카드가 됐다.

광둥성 동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리청은 "많은 공장들이 주문 부족으로 춘절 연휴 생산을 평소보다 일찍 중단했다"고 전했다. 그는 "연말 보너스로 직원들이 명절 이후 일찍 복귀하도록 유도하던 시절은 오래전에 지나갔다"고 덧붙였다.

한때 기업 전망과 경제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중국의 연말 보너스가 이제는 산업 양극화와 경제 침체의 민낯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 AI·첨단 기술 기업과 전통 제조업 사이의 보너스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