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4사 AI 주문 잔액 1.6조 달러 돌파, 전년비 146% '퀀텀 점프'
MS 백로그 45%가 오픈AI… '제 돈 내고 쓰는 매출'인가 '착시'인가
웨스턴 디지털 2026년 HDD 완판, 연산 넘어 '저장 수요'가 하방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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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1조 6000억 달러의 '백로그'… 약속된 미래인가, 허상의 숫자인가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오라클 등 4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기업)의 주문 잔액이 1조 6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146%나 늘어난 수치다.
주문 잔액(RPO, 남은 이행 의무)이란, 쉽게 말해 '식당에서 미리 돈을 내거나 예약은 했지만, 아직 음식이 나오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기업은 이 예약표를 믿고 수조 원을 들여 공장을 짓고 서버를 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숫자의 '농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문 잔액(6250억 달러, 약 904조 원) 중 무려 45%가 오픈AI 한 곳에서 나왔다는 점이 취약점으로 꼽힌다. 제프리스의 브렌트 틸 분석가는 "오픈AI가 나중에 음식값을 지불할 만큼 돈을 잘 벌지 못하면, 이 거대한 예약표는 종잇조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비디아-오픈AI-코어위브로 이어지는 '순환 계약'의 굴레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순환 계약'이다. 이는 엔비디아가 A라는 AI 회사에 돈을 투자하고, A 회사는 그 투자받은 돈으로 다시 엔비디아의 최신 칩을 산다. 칩을 확보한 A 회사는 이를 클라우드 기업(MS, 오라클 등)의 서버에 설치하기로 계약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내 돈을 빌려주고 내 물건을 사게 한 뒤, 그 계약서를 근거로 실적이 좋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착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오픈AI에 대한 1000억 달러 투자설을 부인하며 시장의 지나친 낙관론에 선을 그었다. 이에 오라클 측은 "오픈AI와의 거래는 엔비디아의 자금 지원 여부와 관계없다"고 해명하며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려 애썼다.
하지만 수치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는 더디다. 오라클은 전체 주문 잔액 중 향후 1년 안에 매출로 전환될 물량이 1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올해 AI 설비투자(전년보다 더 쓴 돈의 비율)를 58% 늘렸지만, 실제 매출 증가율(지난해 실적 대비 현재의 성장 성적)은 22%에 그쳤다. 6250억 달러의 주문 잔액 중 올해 매출로 전환될 비율(쌓여있는 전체 주문 중 올해 안으로 실제 돈으로 바뀌는 비율, 미래 확정)도 25% 수준이다. 돈을 쓰는 속도가 버는 속도보다 두 배 이상 빨라 수익성 검증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026년 HDD 완판… 연산 넘어 저장으로 번진 '실수요'의 증거
반면 '거품론'을 잠재우는 강력한 실물 지표도 존재한다. 저장장치 분야의 강자 웨스턴 디지털(Western Digital)은 2026년 한 해 동안 공급할 하드디스크(HDD) 물량이 이미 매진되었다고 발표했다.
어빙 탄 웨스턴 디지털 CEO는 지난 17일 실적 발표에서 "7대 핵심 고객으로부터 구매 주문서(PO)를 모두 확보했다"며 "2026년 달력은 사실상 매진 상태"라고 밝혔다. 심지어 일부 고객은 2028년 물량까지 선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가 단순히 GPU(그래픽 처리 장치)의 연산 경쟁을 넘어,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는 실질적인 인프라 구축 단계에 진입했음을 뜻한다. 웨스턴 디지털의 매출 89%가 클라우드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AI가 반도체 사이클의 강력한 하방 지지선이 되고 있음을 입증한다. 특히 SSD 가격이 HDD보다 16배 이상 비싸지면서, 가성비를 따지는 데이터센터들이 HDD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지금은 상투인가? "숫자의 질(Quality)을 따져야 할 때"
2026년 2월 현재 시점은 반도체 시장이 '성장통'과 '진짜 확장'이 뒤섞인 구간이다. 과거처럼 AI 붙으면 아무 이유 없이 다 같이 오르는 시대는 끝났다.
투자자가 주목할 점은 예약표(주문 잔액)의 총량이 아니라, 그 예약이 얼마나 빨리 실제 매출(현금)로 바뀌느냐다. 주문 잔액이 실제 매출로 인식되기까지는 단순히 계약서 도장을 찍는 것 이상의 과정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직면한 세 가지 병목 현상이 주가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분석한다. 우선 고객사의 실질적 지불 능력이다. 앞서 언급한 오픈AI 사례처럼 거대 고객사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 주문은 허수가 된다.
이외에도 고객을 확보하더라도 전력 및 인프라 수급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센터보다 10배 이상의 전력을 소모하는데, 현재 글로벌 전력망 포화로 인해 서버를 들여놓고도 가동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각국 정부의 환경 및 AI 안보 규제도 데이터센터 건설 인허가 기간을 늘리고 있다. 올해는 이런 문제가 조속히 해결책을 찾아야 투자와 소비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
1조 6000억 달러라는 숫자가 환상이 되지 않으려면 빅테크 기업들이 이런 과제를 얼마나 빠르게 넘어서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투입된 자본(CAPEX)이 실제 가동률로 전환되는 속도가 확인될 때 비로소 반도체 주가는 ‘거품 논란’을 딛고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클라우드 기업들이 서비스 이용 고객 확보와 전력 부족과 규제를 뚫고 서비스를 제때 시작할 수 있는지가 주가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프라 수요는 HDD 매진 사례처럼 탄탄하지만, 그 인프라로 실제 돈을 벌어들이는 '수익성 검증'이 끝날 때까지 시장은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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